의대교수 노조 설립 ‘기지개’… 어떻게 봐야하나?

[박창범의 닥터 to 닥터]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의 차이는 무엇일까? 노동조합이란 근로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을 유지하거나 개선 및 기타 근로자로서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조직한다. 반면, 노사협의회란 근로자와 사용자가 상호협조하여 근로자의 복지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구성하는 협의기구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노동조합은 소속된 조합원의 권익향상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하여 근로조건 증진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노사협의회는 전체 근로자를 대표하여 참여야 협력을 통해 노사공동의 이익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된다.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는 설립목적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행동양상도 다르다. 노사협의회는 상시 근로자가 30명 이상인 사업장에서 의무적으로 설치되어야 하지만 노동조합은 모든 사업장에 있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지지만 노사협의회는 이러한 권한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행동에 대항할 어떤 수단도 갖지 못한다.

이렇게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근무환경과 임금을 개선하기 위해서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을 불사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의사집단이다. 의사들은 병원에서 가장 많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의사면허증이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진입장벽을 소유하기 때문에 비교적 이동이 자유롭고, 거의 대부분의 병의원을 의사가 소유하거나 경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노사간 분쟁이 발생하면 사용자를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병원노동조합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서면, 많은 대학병원교수들은 상황은 이해하지만 가뜩이나 병원경영도 어려운데 추가적인 임금인상이나 근무환경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픈 환자들을 도외시한다면서 도끼눈을 뜨고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점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과대학교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다.

대학병원에선 1년 365일,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교수들은 장기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전담하는 외상외과전문의, 뇌졸중 환자의 혈관 내 혈전용해술을 담당하는 신경외과 전문의나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응급관상동맥 중재술을 담당하는 순환기내과 전문의의 경우 주중 일과시간이 끝났어도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에 상관없이 환자가 발생하면 바로 출근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야간이나 심야에 응급환자를 진료한 다음날에도 수술이나 시술, 외래진료와 같은 일상적인 일과를 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의대교수들은 자신의 진급이나 발령을 위하여 연구도 해야 하고, 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준비해야 하며, 기타 행정적인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장기간 근로로 이어진다.

2006년 청년의사에서 시행한 조사결과 대학교수의 일일평균근무시간은 11시간 54분이었고 전임의는 평균 13시간 14분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전임의나 의과대학교수들의 장시간 근무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이 대학병원의 관행으로 돼 있다. 승진이나 발령을 염두해 두고 성과를 내기 위하여 자발적인 외형을 띤 장시간 연장근로 또는 초과근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의과대학교수나 전임의들은 출퇴근시에 출퇴근도장을 찍지 않는데 이로 인하여 근로시간에 대한 측정이나 관리, 산정들이 잘 나타나지 않거나 은폐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와 함께 대학병원에는 대학에서 발령을 받지 않고 병원에만 소속되어 있는 진료(임상)교수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대학과는 관련이 없고 대학병원에 고용되고 있지만, 매년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비정규직근로자로서 앞서의 이유로 연장근로나 초과근로, 연가보상비 등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고 있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의과대학교수들은 교수협의회라는 일종의 노사협의회를 만들어 교수들과 전임의들의 근로환경 및 임금산정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지만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2018년 헌법재판소는 대학교수들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교원노조법)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고(헌법재판소 2018.8.30, 2015헌가38결정), 2020년 교원노조법이 개정되어 대학교수가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18일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이 단과대학 및 의과대학 처음으로 의과대학 교수노조를 설립하였다. 이와 함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전국 단위의 의과대학 교수노동조합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교수들의 노동조합설립이 허용되더라도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교원들의 파업이나 태업과 같은 단체행동권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의대 교수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는데 찬반의견이 갈린다.

한쪽으로는 의대 교수들은 다른 근로자들에 비하여 높은 임금을 받고 있지만 높은 임금 역시도 명백히 근로의 대가로서 지급되는 금품으로, 이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들이기 때문에 근로환경 및 임금개선을 위하여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의대 교수들은 일반 근로자와 달리 높은 신분보장과 사회적인 지위를 가지고, 진료방법 등을 결정함에 있어서 많은 재량과 자율성이 인정되고, 이미 높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의사들 중 상당수가 병원경영에 참여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이들이 만든 노동조합은 소위 ‘귀족노조’’이기 때문에 허용되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댓글에 담긴 독자 여러분의 솔직한 생각을 보고 싶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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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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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a*** 2021-04-19 10:26:32 삭제

      선진사회로 가는 과정입니다. 도로에서 ㅁㅎ듬 운전자가 평등해지듯이 누구나 노조 결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장님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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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 2021-04-18 22:30:59 삭제

      임상교수들의 복지 혜택은 대학교와 병원에서 모두 따돌림 당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학교에서는 안식년(연구년) 제도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임상교수들을 타단과대학 교수들과는 다르게 처우하고 있습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도 없는데, 안식년(연구년)도 못가게 되어 있습니다. 임상교수는 교수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병원에서는 제대로 병원 직원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임상교수들은 병원직원이 아니라고 병원내 모든 수당과 퇴직금, 연차휴가 등에서 일반 직원과는 다르게 처우하고 있습니다. 임상교수들이 대학이나 병원에서 따돌림당하지 않고, 어느 한 곳에서라도 제대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면 노동조합 설립밖에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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