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우울·불안부터 심장질환 위험까지 높여 (연구)

[사진=JV_I010/gettyimagesbank]
인종차별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정신건강은 물론 신체건강까지 훼손을 입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이 ‘혐오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을 무차별 공격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마구잡이식 폭행으로 인해,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이 같은 폭행의 피해자들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직접적인 폭행의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모욕에 노출되거나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상처를 받게 된다.

이로 인해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인종차별이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CDC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인종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소수 인종은 건강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공중보건학회(APHA) 소속 전염병학자인 카마라 필리스 존스 박사는 CDC가 인종차별을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고 명시한 것은 시기적절한 대응이며,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처럼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종차별 경험자, 불안·우울·불면·소화장애 등 경험

혐오범죄의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잠재적으로 위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아시아인이 거의 없는 나라로 여행을 갔을 때 왠지 모를 위축감이 드는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 정도는 더욱 심해져 미국에서는 아시아인들이 길을 걸을 때 심박동수가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혈압이 오르는 등의 신체 변화를 경험하는 일이 증가했다.

이 같은 반응은 초기 인류가 포식 동물이나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부족들과 싸우거나 도피하기 위해 일어난 반응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직접적인 신체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여러 사회적 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이 같은 반응이 일어난다.

문제는 이 같은 스트레스 반응이 자주 반복돼 나타나면, 정신적으로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우울감을 느끼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신체적으로는 불면증, 소화장애, 피부 발진, 나아가 심장질환 등 보다 심각한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인종차별이 실질적으로 이 같은 스트레스 반응을 촉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사회 과학 & 의학(Social Science & Medicine) 저널’에 실린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인종차별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울증과 불안증을 경험할 확률이 높았다.

또한, ‘카운슬링 심리학저널(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에 실린 메타 분석 연구에서도 인종차별 경험자는 정신건강에 문제를 겪거나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계 미국인 152명을 대상으로 한 ‘심리학저널(Journal of Psychology)’에 실린 2017년 논문에서는 인종과 관련한 미묘한 차별들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코넬대학교가 2016년 진행한 연구에서는 차별을 받는 사람들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심장질환, 당뇨, 염증, 신경계이상 등 22개 질환의 생물지표가 발견됐다. 인종차별의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건강 상태는 더욱 안 좋았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인종차별을 받는 상황에 노출되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자존감이 떨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각 개인이 일으키는 혐오범죄도 문제지만, 교육, 대출, 치료 등 제도권 내에서 일어나는 ‘구조적 인종차별’ 역시 소수 인종에게 만성적인 차별을 가하고 있다. 혐오범죄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사회 전반적인 개선이 요구되는 문제인 만큼, 제도적 변화와 차별 예방 교육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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