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량, 육식 vs. 채식의 문제일까?

[사진=Cook Shoots Food/gettyimagesbank]
이번 달부터 서울의 모든 학교에서 월 2회 ‘채식 급식’이 운영된다. 이로 인해 이 같은 정책이 청소년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의 채식이 걱정될 수 있다. 특정 영양소가 결핍되거나, 성장에 지장이 있거나, 공부를 할 때 에너지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식 식단을 구성할 때는 영양 결핍과 에너지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한국영양학회와 함께 발간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아이들은 하루 에너지 섭취량의 55~65%는 탄수화물, 7~20%는 단백질, 15~30%는 지질로 채워야 한다. 또한, 비타민과 각종 무기질도 반드시 섭취해야 하며, 기초대사량과 신체활동대사량을 고려한 에너지 섭취량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채식 식단을 구성할 때 과일, 채소, 통곡물, 견과류, 씨앗류, 콩류 등을 골고루 배합하고, 채식 시 공백이 생기기 쉬운 단백질, 칼슘, 철분, 비타민 B12 등이 결핍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하지 않으려면 곡류, 콩, 견과류, 두부, 두유 등을 적절히 조합하고, 뼈 성장에 중요한 칼슘은 녹색 잎채소와 곡물 섭취 등으로 채워야 한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해 식단을 구성한다면, 월 2회 채식 식단이 영양 공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식 급식과 상관없이 평소 채식주의를 고수하는 아이가 있다면, 특히 채식 중에서도 ‘비건(철저한 채식주의)’을 유지하고 있다면 영양 빈틈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니 보호자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겠다.

영양 결핍 못지않게 ‘영양 과잉’도 문제

아이들의 영양 결핍도 관심을 두어야 하지만, 영양 과잉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1960년대에는 쌀 부족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혼·분식을 장려했는데, 이때는 칼로리가 높다는 이유로 밀가루 음식이 권장되곤 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오히려 라면, 피자, 햄버거 등의 섭취가 늘며 밀가루를 과잉 섭취하고 있다.

영양소 결핍과 영양소 과잉 문제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점에서 채식 급식은 평소 채소와 과일을 먹지 않으려는 아이들에게 비타민과 무기질 섭취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겠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연구팀이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저널’에 게재한 논문에 의하면,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이들의 비만 관련 지표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콜레스테롤, 공복혈당, 간수치 등 대사증후군의 지표들도 함께 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비만이 발생하면 대사성 질환이 생기는 등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 시국으로 바깥 활동이 현저하게 줄어든 요즘은 아이들이 영양 과잉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탄소 배출, 육식만의 문제인지 고민 필요

정부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할 목적으로 채식 급식을 단행했다. 그렇다면, 채식 급식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정책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축산업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가축을 기르며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기후 위기로 이어진다는 연구보고들이 있다.

이러한 환경 문제 때문에 비건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식물성 식품을 통해서도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육류는 대표적인 고단백 식품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채식 중심의 식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로 인해 비건보다는 유제품, 달걀, 생선 등을 먹는 보다 유연한 채식주의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축산업을 통해 발생하는 탄산가스 배출량은 가축 종류별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소나 양 등 특정한 육류만 선택적으로 먹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대체육도 주목 받고 있다. 아직 맛과 식감에 이질감이 있어 육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 못하지만, 콩고기 등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관심이 늘고 있다. 고단백 영양분을 제공하는 곤충 기반 식품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아이들이 채소와 과일을 먹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대체육에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 역시 아이들이 환경 친화적인 입맛을 갖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소와 과일은 탄소 배출과 무관한지에 대한 고민도 더해져야 한다. 아이들의 채식 식단에 고기 대신 아보카도가 올라온다면 환경을 고려한 윤리적인 식단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원거리를 이동해 수입되는 아보카도는 생산, 수송, 유통 등의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시킨다. 일부 과일 소비는 닭고기와 돼지고기 소비 못지않게 탄소를 배출시킨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모든 채소와 과일이 친환경 식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더불어 먹방 유행 등 음식 소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문화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음식물 쓰레기 역시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주범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음식을 필요 이상 소비하고 버리는 문제 전반에 대한 교육이 함께 해야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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