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부정한 탄자니아 대통령과 음로론

[Dr 곽경훈의 세상보기]

존 마구풀리 전 탄자니아 대통령[사진. 위키피디아]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압도하는 ‘최악의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해당했지만 처음부터 당시 소련 당국은 사고를 축소하고 심지어 몇몇 문제는 아예 부정했다.

현장 관리자는 ‘원자로가 폭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고, 사고 수습을 위해 모스크바에서 파견한 고위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뒤늦게 체르노빌 주민에게 대피명령을 내렸지만 아주 가까운 지역에 국한했다. 강한 방사능에 노출할 가능성이 큰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는 별다른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사능 먼지를 머금은 구름이 모스크바에 다다르는 것을 막고자 인공강우를 만들어 제거하면서도 해당지역의 주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폭발을 막고자 동원한 소방관, 광부, 군인, 비행사에게도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고 적절한 물품도 지급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소련 당국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의 진실을 애써 축소하고 부정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러시아 정부는 체르노빌 사고의 공식사망자를 31명이라 주장하고, 소련의 자치공화국인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도 고작 56명으로 발표했다. 마지못해 갑상선암을 비롯한 몇몇 질환이 증가했다고 인정했지만 역시 고작 몇 천 명에게 영향을 주었을 뿐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소련과 주장과 달리 몇 개월 내에 사망한 사람만 해도 수 백 명이며 최소 수십만, 많게는 500만이 강한 방사능에 노출했고 적어도 수만이 방사능을 원인으로 한 질환에 사망했다고 많은 전문가가 추정한다. 덧붙여 소련 당국이 사고의 피해를 축소하고 부정해서 희생을 키웠다는 것에도 대부분 동의한다.

이렇게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현실을 축소하고 부정하는 사례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가운데 가장 극적인 사례는 탄자니아다.

3월 17일 사망소식이 알려진 존 마구풀리 대통령은 화학자 출신임에도 코로나19를 부정했다. 코로나19가 치명적이지 않고 기껏해야 감기라고 했다가 허브와 약초로 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백신은 효과가 없고 모두 백인의 음모이며 하나님께 기도하여 탄자니아에서 코로나19를 종식했다고 선언했다. 그런 행동은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2020년 10월에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하려는 정치적 동기에 기인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의도대로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부터 정체불명의 폐렴이 여기저기서 발생했다. 가난한 사람만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의회의 의원을 비롯하여 고위직도 그 폐렴에 걸려 사망했다. 심지어 대통령의 측근, 그러니까 권력의 핵심에서도 갑작스레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지만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다. 마구풀리는 적은 양이지만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세계보건기구(WHO0의 제안마저 뿌리치고 “탄자니아에는 코로나19가 없고 백신은 효과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다가 2월 말부터 대통령이 사라졌다.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소문이 점차 퍼졌고 3월 17일 탄자니아 정부가 대통령의 사망을 확인했다. 물론 심장질환을 사망원인으로 발표했지만, 탄자니아 정부가 통제하지 못하는 외국 언론은 대부분 코로나19 합병증을 사망원인으로 추정한다. 부디 탄자니아에서 벌어진 이 어처구니없는 희비극이 우리나라와는 상관이 없을까? 아직도 음모론자와 선동가들의 목소리를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거꾸로 백신 수급에 대한 정당하고 합리적 의문들은 무시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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