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험담 들은 아이, 부정적 편견 생긴다

[사진=fizkes/gettyimagebank]
아이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되도록 말조심을 해야한다. ‘어른들끼리의 이야기에는 아무 관심 없겠지’ 라는 생각으로 험담을 하면 아이들에게도 그 부정적인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우연히 듣게 된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아동 발달’ 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의하면 특정 집단에 대해 부정적인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들은 아이들이 해당 집단에 부정적인 편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 심리학 및 인간발달 박사후보자 에밀리 콘더가 수행한 이 연구는 4~9살 어린이 121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실험과정에서 어른들 혹은 아이들이 ‘플럽스’와 ‘기루스’라고 불리는 가상 집단에 대해 부정적인 주장을 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들은 그룹과, 전혀 듣지 않는 그룹으로 나뉘었다.

같은 방에 있던 어른이 미리 녹음된 영상통화를 틀었을 때 아이들은 이와 관련 없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아이들이 간접적으로 듣게 되는 부정적인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플럽스 (혹은 기루스)는 정말 나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역겨운 음식을 먹고, 이상한 옷을 입습니다. 그들의 말은 너무 추하게 들립니다.”

이런 대화를 우연히 들은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 7세 이상 어린이들은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혀 듣지 않은 그룹에 비해 가상집단에 대해 훨씬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2주 후 다시 인터뷰를 했을 때도 아이들은 여전히 가상 집단을 향한 부정적인 편견을 드러냈다. 그러나 4살과 5살 아이들은 달랐다.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가상 집단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았다. 콘더는 이들의 나이가 더 어린 만큼 집중시간이 짧고 정보 이해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말하는 사람의 나이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흔히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와 어른의 영향을 똑같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심리학회 최고 다양성 책임자 메이사 아크바는 “아이들은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자신들이 듣는 이야기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어떤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접하면 그 집단을 자신들과 다르게 생각하거나 그 집단 사람들과 사귀기를 원치 않을 수 있다는 것.

이같은 연구 결과는 자녀양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을 새삼 일깨워 준다. 아크바는 “부모는 자녀가 곁에 있을 때 자신이 간접적으로라도 어떤 정보를 전하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넓은 포용력을 갖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이 먼저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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