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사소한 일을 미루는가

[사진=Brand X Pictures/gettyimagebank]
대단한 업무는 아니지만 꼭 처리해야 하는 소소한 일이 쌓여갈 때가 있다. 5분이면 끝날 일을 한없이 뒤로 미뤄둔 탓이다. 가령, 서먹한 관계의 동료에게 보내야 하는 이메일, 약간의 수정이 필요한 서류, 상사와의 짧은 통화 등이 그런 사례들이다.

사람들이 큰 일을 미루는 심정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비중있는 업무에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고 정신적으로도 버겁기 때문이다. 반면, 간단한 일을 미루는 이유는 자신에게도 설명하기 힘들다. 문제는, 소소한 일을 제때제때 하지 않으면 머리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점. 애초에는 사소했던 일이 괴물처럼 커지면서 심리적 압박감을 고조시킬 수 있다.

최근 BBC 인터넷 판에서 사소한 일을 미루는 습관의 문제와 대처법을 소개했다. 영국 셰필드대 푸샤 시로이스 교수(심리학)는 작은 일을 미루는 습관이 시간관리에 서툴기 때문이 아니라 감정상 문제와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개 사람들은 불안, 두려움, 무능 등의 감정을 유발하는 일을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미룬다는 것.

습관적으로 일을 미루는 사람은 과다한 스트레스, 비정상적 수면 패턴, 밝지 않은 취업 전망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정신건강 측면에서 미루기는 우울증, 불안과도 관련이 있다. 매사 꾸물거리는 탓에 약속을 지키기가 어렵고 인간관계도 해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을 느긋하거나 게으르게 보는 시각이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시로이스 교수는 “그들은 매우 자기 비판적이고 미루는 습관에 대해서도 무척 걱정을 한다”고 말한다. 결국 작은 걱정이 쌓이고 마음속에 똬리를 틀면서 문제해결 능력을 떨어트리고 인지 능력을 고갈시킨다. 미뤄둔 일을 떠올리고 “내가 왜 이러지?”를 계속 생각하는 것이 부정적 감정을 키우고 합리적 사고를 방해한다는 것.

어떻게 하면 제때 일을 처리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까? 캐나다 칼튼대 심리학과 티모시 파이칠 교수는 “동기 부여는 종종 행동에 뒤따라 온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행동이 앞서야 한다는 의미다. 어떤 일을 왜 하고 싶지 않은지 생각할 필요가 없이 즉시 일을 처리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것.

미국의 생산성 컨설턴트 데이비드 알렌은 이를 2분 규칙이라고 명명했다. 어떤 일을 끝마치는데 2분도 걸리지 않는다면 굳이 ‘할 일 목록’에 써놓을 필요도 없이 즉각즉각 끝내라는 조언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사고방식은 쓸데없는 반성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파이칠 교수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일을 미루고 있을 때보다 일단 일을 시작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파이칠 교수는 “일을 미루는 것도 우리 삶의 일부”라고 말한다. 미루는 습관을 일종의 도덕적 실패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뭔가 제때 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과도하게 닦달하기보다 관대하게 용서하는 자세가 때로는 우리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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