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의 집 구경하기는 재미있을까?

[사진=Ivanko_Brnjakovic/gettyimagesbank]
집을 대신 구해주는 한 방송사의 TV 프로그램이 인기다. 실내 인테리어를 바꿔주거나, 럭셔리한 집들만 탐방하는 국내외 프로그램들도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왔다.

왜 사람들은 이처럼 남의 집을 보는데 흥미를 느낄까?

다른 사람의 집을 구경하는 재미에 빠지는 행위를 미국 정신과의사인 레아 리즈 박사는 ‘부동산 포르노’라고 칭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연애·결혼 등이 쉽지 않은 환경 때문에, 특히 30대 싱글들에게 집 구경 탐닉하기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일상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일종의 도피 현상이란 것. 레아 박사는 미국 언론매체 허프포스트를 통해 “뉴욕, 보스턴과 같은 도시로부터 벗어나 좀 더 단순하면서, 녹색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이사하고 싶은 욕구”도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집에 거주하는 상상, 프로그램 자체가 가진 오락적 기능 등이 현실의 근심을 잊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또한 코로나 시국으로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에서의 이동조차 원활하지 않은 때, 다른 지역의 다른 집에 거주한다는 판타지는 즐거운 상상이 된다.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는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과 연관이 있다. 자신이 보고 싶은 이미지가 화면을 통해 등장하면, 마치 길바닥에서 돈을 발견한 것과 같은 뇌 반응이 일어난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수치가 올라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남의 집 구경하기는 일종의 ‘관음증’이기도 하다. ‘코로나로 나는 이렇게 힘든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준다는 것. 관음증이라는 표현 때문에 잘못된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남의 은밀한 영역을 몰래 훔쳐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접근 가능한 오픈 콘텐츠에 ‘관음증적 접근’을 한다는 의미로, 이러한 접근 방식은 잘 활용한다면 자신의 인생 설계를 하는데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 관음증에 그치거나,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좌절하는 원인이 된다면 접근을 달리하거나 가급적 이 같은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거나, 현실 감각이 떨어져 관념적 사고에 머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남의 집을 구경하는 동안 급격히 증가한 도파민 수치가 이후 갑작스럽게 떨어지게 되면 이 역시도 부정적인 감정을 촉발할 수 있으니,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부동산 프로그램을 잠깐의 오락적 기능, 혹은 인생 설계의 가이드라인 등으로 삼고 있다면 봐도 좋지만, 온라인상에서 수시로 남의 집을 검색하고 공상적 사고를 하는데 머물고 있다면, 현재 자신이 실현시키고 싶은 욕망이 무엇인지 검토해야 한다. 이는 새로운 집에 대한 욕망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거주 환경 혹은 새로운 직업, 또는 새로운 인간관계 등에 대한 욕구 때문일 수도 있다. 이 같은 욕망은 남의 집 구경하기를 통해 해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구상해 건전한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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