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지역인재 우선선발’과 함께 할 다음 단계는?

[박창범의 닥터 to 닥터]

지난 2월 28일 교육부는 ‘제2차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에는 비수도권 지역의 의과대학과 법학전문대학원은 앞으로 의무적으로 지역인재를 선발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각 대학의 장이 “해당 지역 출신을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지만, 이는 선언적인 조항으로 실효성이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역인재 선발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화하도록 명시한다. 지역인재는 중학교부터 비수도권에서 나오고, 대학 소재 권역 고교를 졸업하며, 재학 기간에는 학교가 소재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법이 나온 이유는 지방의 중소도시나 시골의 경우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방의 의료진 부족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전 세계적인 문제로서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최소한 교육 정책 분야에서는 대학에서 해당 지역 출신을 일정 비율 이상 뽑을 것을 권고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의과대학의 지역출신 의무선발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국토가 좁고 현재 중소도시나 시골에는 이미 보건소나 보건지소가 설치되어 있고 이미 많은 개원의가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지역에서 원하는 것은 대도시와 같이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사를 원하는 것이지 개원의 수준의 의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이전까지 연구들을 종합해서 분석한 논문의 결과에 따르면 지역인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을 마치면 그 지역에 남는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의사가 수련을 받은 병원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 시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역출신과 지역병원에서 수련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그 지역에 남을 확률이 52배 높았다. 하지만 대도시출신이라도 그 지역병원에서 수련한 경우 그 지역에 남을 확률이 24배 높았다. 오히려 지역출신이지만 대도시에서 수련을 받을 경우 지역에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3.5배 높았을 뿐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개인적인 경험과도 일치한다. 단지 고향이 어디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에 위치한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는지가 나중에 개원위치를 정할 때 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수련을 마친 의사가 개원을 하거나 봉직의로 일할 때 자신이 수련받은 병원 근처에 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개인적인 경험과도 일치한다. 이런 이유는 수련을 받는 3-4년의 기간동안 이미 그 지역에 익숙해졌음과 동시에 개업의나 중소병원에 봉직의로 일할 때 예상치 못한 응급환자 등 진료와 관련된 여러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은데 수련병원이 근처에 있다면 아무래도 도움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대도시에만 주로 분포하고 지역에는 잘 가지 않는 문제를 지역출신 우선선발이라는 고육지책 외에 어떤 방법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는 전략적으로 비수도권에 서울의 빅5병원에 필적하는 병원을 만들어 유능한 인재를 모집하여 지역 의과대학 졸업자들이 수도권 수련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을 억제함과 동시에 수도권 의과대학 졸업자들이 지역에 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들은 지역에 큰 병원을 만들면 경영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의 메이요클리닉의 경우 중부에 있는 미네소타주의 작은 도시에 위치하지만 유능한 의료인력을 모아 전세계에서 환자를 유치하고 병원을 중심으로 지역의 의료산업을 키워오고 있다. 일본 중부의 소도시인 도요하시에 위치한 도요하시심장병원은 심장치료에서 일본 최고수준을 유지함으로써 많은 대도시 사람들이 심장치료를 받기 위하여 이곳을 방문한다.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카이스트나 포스텍과 같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지 않지만 전략적이고 꾸준한 투자를 통해 성공한 대학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에 가면 의과대학병원을 제외하고 수련받을 병원이 마땅치 않다. 이러한 의과대학병원의 경우 타교출신에 대하여 배타적이기 때문에 수도권 의과대학 출신들이 수도권을 벗어나 타지역에서 수련을 받기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 최고의 병원을 비수도권에 만들어 전략적으로 육성함과 동시에 출신대학에 상관없이 수련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의사들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 이전 연구를 보면 졸업 후 수련시기에 지역에 3개월이상 근무한 경우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개원할 확률이 높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병원은 여러 교육협력병원을 가지고 있고 전공의와 수련의를 파견을 보낸다. 문제는 수도권 대학병원의 경우 거의 모든 교육협력병원이 수도권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이런 수련환경에서 수도권에서만 살았고 근무했던 의사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에 가서 개업을 하거나 봉직의로 근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수도권 대학병원이 지역병원과 교육협력을 맺도록 하여 전공의들을 일정기간 파견을 보내고 수련을 강제한다면 수련을 마친 의사들이 개원이나 봉직의로 근무할 때 아무래도 수도권 외에도 자신이 파견을 경험한 지역에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셋째, 지역에 개원한 의사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어떻게 줄 것인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의사들이 지역에 개원을 하는 경우 아무래도 일당 진료환자수가 적음을 고려하여 지역의 의료수가인상 등 정책적인 인센티브와 함께 이들의 자식들이 수도권만큼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의 교육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이 이들로 하여금 지역에 오랫동안 정착하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지역출신을 우선하면 그 사람들이 지역에 정착하리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 의사들이 정착하도록 하기 위하여 좀 더 다각적이고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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