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견병과 코로나19의 공통점

[Dr 곽경훈의 세상보기]

[사진=JV_LJS/gettyimagesbank]
광견병은 고대부터 인류를 괴롭혔을 뿐만 아니라 실제 피해보다 한층 큰 공포를 만들었다. 왜냐하면 광견병이 주로 발병하는 개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애정을 쏟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존재,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란 발명이 달린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친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하루아침에 핏발 가득한 눈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미친 듯 달려드니 무섭고 당혹스러웠을 것이 틀림없다. 또 그런 개에 물린 사람 역시 시간이 흐르면 자신을 문 개와 마찬가지로 미치광이로 변해서 죽음을 맞이하니 실제 광견병이 초래하는 피해는 천연두, 콜레라, 장티푸스, 발진 티푸스 같은 질환과 비교하여 작으나 그 충격과 공포는 부족하지 않았다.

그런데 광견병에 걸린 개가 핏발 가득한 눈으로 침을 질질 흘리면서 주인도 알아보지 못하고 주변의 모든 생물을 미친 듯 공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인간이 아니라 광견병을 일으키는 병원체, 그러니까 광견병 바이러스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전통적인 개념에서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해당하지만, 다른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자신과 비슷한 존재를 널리 퍼트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며 광견병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신경조직을 침범하고 주로 타액을 통해 전염하는 광견병 바이러스가 많은 개체에 전염하여 많은 후손을 남기려면 감염한 개체가 주변의 다른 개체를 물어야 한다. 그러니 정상적인 판단이 사라지고 공격성만 강화하여 눈에 띄는 모든 상대를 물어뜯고 인두가 부어올라 침을 제대로 삼키지 못해서 ‘핏발 가득한 눈과 질질 흐르는 침’이란 광견병 특유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측면 외에도 바이러스 역시 다른 생물처럼 위협요소를 만나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때로는 위협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려고 값비싼 대가를 감수하는데 RNA 바이러스가 좋은 사례다.

세균을 비롯한 다른 생명체가 DNA 형태의 유전자를 지니는 것과 비교하여 몇몇 바이러스는 RNA 형태로 유전자를 지니고, 이들을 RNA 바이러스라고 부른다. 물론 RNA는 DNA와 비교하면 안정적이지 못해서 쉽게 손상입고 뜻하지 않은 돌연변이가 한층 많이 발생한다. X-맨 같은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으로 돌연변이를 긍정적으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부정적이라 그런 돌연변이가 발생한 개체는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나 엄청나게 많은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다양성이 커져서 때때로 당면한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특징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RNA 바이러스는 손상하기 쉽고 부정적인 돌연변이가 매우 많이 발생하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DNA 형태가 아니라 RNA 형태의 유전자를 지닌다.

코로나19 대유행을 일으킨 바이러스도 그런 RNA 바이러스여서 이미 많은 변이가 발생했다. 이들 가운데 영국발 변이는 현재 존재하는 백신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남아공발 변이는 현재 존재하는 백신이 부분적으로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유력한 의학저널을 통해 며칠 전 알려졌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로 접종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mRNA 방식의 백신과 비교하여 남아공발 변이에 효과가 한층 부족하다는 것 또한 밝혀졌다.

물론 앞서 말했듯,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 RNA 바이러스에서 변이는 매우 흔하고 영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특히 많은 사람이 감염해서 한층 많은 변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이미 감염했다가 회복해서 중화항체를 획득한 사람도 감염할 수 있는 변이가 나타났을 뿐이다. 그러니까 예상하지 못한 재앙이 아니라 대유행 초기부터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다행히 아직은 남아공발 변이가 다른 대륙으로 널리 퍼진 상황은 아니다. 그러니 남아공발 변이가 두려워 현재의 배신을 불신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잃다. 검역을 강화하여 남아공발 변이의 유입을 최대한 늦추면서 현재의 배신접종에 주력하고 동시에 새로운 변이에 대응할 백신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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