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마음먹기에 달렸다? (연구)

[사진=aleksey-martynyuk/gettyimagebank]
새로운 약을 개발할 때 임상시험은 참가자를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한다. 한쪽엔 개발 중인 약을, 나머지엔 가짜 약(위약)을 준다. 위약은 대개 설탕이나 소금 따위로 만든다. 흥미로운 장면은 위약을 먹고 증상이 호전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른바 위약 효과다.

미국과 독일 연구진이 기존 연구 20건을 분석해 위약을 먹고 통증이 가라앉은 사례 600여 건을 살폈다.

위약 효과가 나타난 이들의 뇌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가짜 약을 먹으면 섬엽, 시상, 기저핵, 감각운동피질 등 통증과 관련 있는 뇌 부위에 변화가 생겼다. 가짜 약의 설탕 혹은 소금 성분의 효능은 당연히 아니다. 연구진은 “마음가짐(mindset)에 생긴 변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통증을 애써 무시하거나, 게임이나 TV 시청 등에 정신을 팔면 도움이 될까? 연구에 참여한 다트머스 대학교 토르 와그너 교수는 “최악의 전략”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몇 초 정도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만성적인 통증을 다스리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와그너 교수는 “고통을 재평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통은 고통일 뿐 위험하지 않다”고 깨달음으로써 마음가짐에 변화를 촉발해야 한다는 것. 그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고통을 꾸준히 재평가하다 보면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긴다”고 말했다.

주변의 도움도 위약과 똑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산파다. 연구에 따르면 임신부가 아이를 낳을 때 산파의 도움을 받으면 출산 시간이 절반으로 준다.

와그너 교수는 “산모가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산파는 그를 지지하고, 손을 잡아주고, 올바른 마음가짐을 일깨워준다”며 “결국 괜찮아질 거라는 진정한 믿음을 주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Meta-analysis of neural systems underlying placebo analgesia from individual participant fMRI data)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가 싣고, 건강 매체 ‘베리웰헬스’가 소개했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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