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관리, 참지 말고 표현해라?

[사진=MARHARYTA MARKO/gettyimagebank]
조금이라도 기분에 거슬리는 일이 있으면 짜증과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주변에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분노를 억제하라고 조언한다. 머리로 알고 있어도 현실에서 실천하기란 힘들다.

최근 들어 화를 밖으로 방출해서 해소할 수 있는 분노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헬스라인 닷컴’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로그인 후 마음껏 고함을 지를 수 있는 온라인 비명 클럽부터 손에 잡히는 물건을 모두 던지고 때려 부술 수 있는 ‘분노의 방’이 생겨나 분노 관리의 새로운 선택지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분노란 반드시 최소화 시켜야 하는, 원치 않는 감정이란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정신건강 전문가들만 아니라 사회 및 진화 심리학자들도 분노의 이로운 점을 발견했다. 분노가 주변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이론에서는 분노가 진화적 관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분노의 감정은 우리에게 목표 달성을 돕는 역할을 함으로써 자기 발전에 긍정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 대체적으로 가벼운 단계 혹은 중간 단계의 분노를 경험하고 받아들였을 때 분노의 감정은 우리가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게 작동한다고 한다.

분노의 억제가 아닌, 표출과 해소에 초점을 맞춘 대안적 치료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할리 테라피’의 설립자인 셰리 제이콥슨 박사는 “많은 정신건강의 문제는 표현되지 않은 감정에서 비롯된다”면서 “이런 감정에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심리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분노 역시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억눌린 분노와 좌절감을 안전한 방법으로 풀 수 있다면,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이, 분노에서 놓여나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분노의 방’ ‘비명 클럽’ 등 분노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위한 대안적 치료법의 이점으로는 우선 ‘권한의 회복’을 들 수 있다. 분노란, 어떤 상황에 대한 무력감과 통제력 부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분노를 드러낼 방법을 찾으면 자신이 더 많은 권한을 가졌다는 느낌을 회복함으로서 정신적 힘을 얻는다. 이 밖에 분노를 엉뚱한데 쏟아내지 않고 안전하게 터트릴 수 있는 안전 공간의 확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모든 감정을 쏟아내는 자유를 누리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실컷 물건을 부수고 소리를 지르는 분노관리법의 단점 역시 유념해야 한다. 이는 압력을 방출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같은 관행이 반복되면 분노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분노 표출로 문제를 예방하거나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지난 1년여 동안 팬데믹 등 영향으로 많은 이들에게 분노가 치솟는 나날이 더 늘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고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과 부정의 감정을 균형 있게 이끌어내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 제이콥슨 박사는 “분노를 다스리는 일은 ‘생각의 균형’에 달려 있다. 부정적인 생각과 반복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보다 균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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