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을 알아보는 사회 Vs 모사꾼이 대접받는 사회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63호 (2021-03-08일자)

비틀스의 잠재력을 알아본 프로듀서

2016년 오늘(3월 8일) 영국 록그룹 비틀스의 드러머였던 링고 스타가 트위터에 조지 마틴의 부음을 알렸습니다.

조지 마틴은 비틀스의 실질적 데뷔 싱글 ‘러브 미 두(Love Me Do)’에서부터 1969년 마지막 앨범 《애비 로드(Abbey Road)》까지 거의 모든 노래를 제작해서 비틀스의 매니저인 브라이언 엡스타인과 함께 ‘비틀스의 다섯째 멤버’로 불리는 프로듀서입니다.

마틴과 비틀스의 결합은 둘 다에게도, 인류에게도 행운이었지요? 비틀스는 독일 함부르크의 음악클럽에서 1주일 내내 쉬지 않고 길게는 12시간 연주하면서 실력을 쌓았고, 리버풀의 캐번 클럽에서 새 음악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레코드숍을 운영하던 브라이언이 비틀스에 빠져 매니저를 맡고 런던의 여러 레코드 회사에 오디션을 제안했지만 번번이 묵살됐습니다. 브라이언은 데카 레코드의 책임자에게 뒷돈까지 주며 오디션을 알선했지만, 오디션 결과는 ‘탈락.’ 기타연주를 하는 그룹은 한때 유행에 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EMI의 자회사 팔로폰의 마틴은 지인을 통해서 소개받은 엡스타인을 만나서 그 열정에 반해 비틀스를 보지도, 연주를 듣지도 않고 계약서에 사인합니다. 나중에 오디션을 봤지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이때 멤버들에게 의례적으로 “뭐 불편한 게 없느냐?”고 물었는데, 조지 해리슨이 “당신의 넥타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농담합니다. 멤버들의 얘기에서 ‘끼’와 잠재력을 발견한 마틴은 음반 제작을 본격적으로 맡습니다. 그리고는 다 알려진 대로, 비틀스의 신화가 시작됐지요.

마틴은 그룹의 드러머 피트 베스트를 빼고 링고 스타를 영입했고, 상업성을 위해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실현합니다. 멤버의 불화를 조정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었지요. 그는 폴 매카트니가 만들었지만 다른 멤버들이 싫어했던 ‘예스터데이(Yesterday)’를 최고의 노래로 탄생시키기도 합니다.

마틴은 비틀스뿐 아니라 제프 벡, 피트 가브리엘, 아메리카, 리틀 리버 밴드, 칩 트릭, 엘라 피츠제럴드, 실라 블랙, 로빈 깁, 셀린 디온 등 수많은 가수의 노래를 제작했고 영화 007 시리즈의 상당수 곡도 만들었습니다.

그는 5년 전 오늘 밤 윌터샤이어의 집에서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선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The cause of his death was not disclosed)’고 ‘친절하게’ 설명했던데, 글쎄요, 늙어서 편안히 숨을 거둔 ‘고종명(考終命)’이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이 데카 레코드 책임자와 조지 마틴을 비교합니다. 허나, 사람을 볼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갖추기 힘듭니다. 인격의 깊이가 얕은 사람은 교언영색(巧言令色), 말이 번지러하고 얼굴색을 꾸미는 모사꾼들에 넘어가기 쉽습니다. 훌륭한 심성과 뛰어난 실력을 갖춘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요? 묵직하게 내공을 키우는 사람들이 존중받고 있는가요, 아니면 감언이설과 술수에 능한 사람들이 대접받고 있나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좋은 사람을 가려 볼 수 있는 좋은 눈을 갖추고, 주위에도 그 내공을 전파하고 있는 분이겠지요?


[핫 닥터] 임상시험 100개 이끌며 환자 생명 연장

 

이번 주 핫 닥터는 최근 국내 개발한 폐암 신약의 조건부 허가를 받아 조명을 받고 있는 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50)입니다. 조 교수는 100여개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1000여명의 환자에게 무료로 신약을 공급하며 생명을 연장시키고 상당수에게서 기적을 일으키는 의사입니다. 조 교수는 한때 왕따를 당하기도, 모함을 받기도 했지만 외롭게 연구에 매진해서 굵직한 성과들을 계속 내고 있습니다. 고 홍완기 전 미국암연구학회 회장은 마치 마틴처럼 조 교수의 그릇을 알아봤다고 합니다.

☞조병철 교수의 ‘도전하는 삶’


오늘의 음악

오늘은 조지 마틴이 제작한 노래 중에서 두 곡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와 마이클 잭슨이 함께 부른 ‘Say Say Say’입니다. 1983년 곡이지요? 1964년 실라 블랙이 부른 ‘You’re My World’ 이어집니다. 움베르토 빈디의 칸초네 ‘Il Mio Mondo’를 다른 색깔로 바꾼 노래이지요?

  • Say Say Say – 폴 매카트니 & 마이클 잭슨 [듣기]
  • You’re My World – 실라 블랙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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