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로 엄마와 아기 두 생명 살려

[왼쪽부터 임홍의 교수, 임신 25주 부정맥 환자 김민혜 씨, 남편 김민석 씨, 박민혜 담당간호사]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부정맥센터 임홍의 교수팀이 지난 달 19일 심실빈맥 임신 25주 임부를 국내 최초로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 기법으로 치료해 소중한 두 생명을 살려냈다.

김민혜(31세, 대구광역시) 씨는 산전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 없이 건강하게 임신을 했다. 그런데 임신 20주가 넘어서면서부터 일상생활이 힘들 만큼 어지럼증이 심해졌고 급기야 갑자기 실신하는 일이 늘어 그냥 앉아있는 건 고사하고 침대에 누워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부부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의사는 “환자는 당장 심장이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심장이 심하게 빨리 뛰는 심실빈맥이고, 급사할 수 있다. 당장 시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태아보다는 엄마의 생명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심실빈맥은 심실에서 발생되는 매우 빠른 악성 부정맥이다. 심장 내에 피가 들어왔다가 피를 온몸으로 보내주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심장 박동수를 유지해야 하는데, 심장이 매우 빨리 뛰게 되면 계속 수축만 하고 이완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심장 내에 피가 모이지 않게 되고 온몸으로 적절량의 피를 보낼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심실빈맥이 멈추지 않고 계속 지속되면 혈압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심장 기능이 상실되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

한림대학교 의료진이 심장 내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사진=한림대성심병원]
부부는 큰 고민에 빠졌다. 그때부터 남편은 아기를 지우지 않고 아내의 부정맥을 치료해줄 의사를 찾기 위해 ‘임신부 부정맥 시술’ 검색에 집중했다. 인터넷 기사를 통해 임홍의 교수가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을 500례 시행했고,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임신부와 아기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부정맥 시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부부는 임홍의 교수에게 아기를 지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임 교수는 아기와 엄마 모두 안전하게 최선을 다해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을 성공했다. 시술 다음 날 엄마의 혈압이 정상범위까지 올라왔고, 어지럼증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특히 부부에게 가장 걱정이 많았던 뱃속의 아기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음을 확인했다.

임 교수는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은 X-ray 투시 영상 없이 심장 내 초음파를 허벅지 정맥을 통해 심장 내에 위치시켜 심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시술을 안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방사선 노출이 전혀 없어 임신부도 가능하다”며 “부정맥은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임신부라고 시술을 미루거나 아이를 포기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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