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비위 상하는 사람, 더 건강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온갖 특이한 음식에 대해 듣거나 맛볼 때, 썩고 부패한 무언가 보거나, 더러운 장면들을 목격할 때 비위가 상한 경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순간 몸이 움츠러들거나 속이 메슥거리는 걸 느꼈다면 우리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는 신호로 이해할 수 있겠다.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는 무언가에 혐오를 느끼는 것은 사실 우리 몸이 스스로 감염을 피하는 방법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비위 상한 걸 보고 구역질이 나온다면 외부 감염으로부터 신체를 지키기 위해 몸이 스스로 반응하는 건강한 신호라는 뜻이다.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 인류학 부교수 아론 블랙웰 박사팀은 5세에서 65세의 에콰도르 원주민 슈아르족 세그룹(75명)을 대상으로 혐오감과 감염 징후 간의 관련성을 연구했다.

참가자들은 죽은 동물을 만지거나 동물의 배설물을 밟거나 누군가 토하는 것을 보거나 하는 등 연구진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얼마나 비위 상함이나 혐오감을 느끼는지 설문을 통해 그 정도를 평가했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바이러스나 균 등의 감염의 징후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혈액 및 대변 샘플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혐오 민감성이 높을수록 감염을 나타내는 염증성 생체지표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나 특정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여유가 되느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졌다.

깨끗한 물을 접할 수 있거나 음식을 구입해서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 혐오감을 주는 것들을 피할 수 있는 사람들은 혐오 민감성이 높았다. 반면 사냥이나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등의 활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공동체의 사람들, 즉 잠재적으로 병원균에 노출될 위험이 더 높은 사람들은 혐오 민감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결론적으로 혐오 민감성(disgust sensitivity)이 높은 사람은 비위 상하다는 거부 반응을 통해 특정 상황을 기피함으로써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더 낮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간이 부패한 음식을 피하기 위해 자기 방어 기제로 혐오감을 진화시켰다는 찰스 다윈의 가설이 이번 연구를 통해 사실임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아론 블랙웰 박사는 “이번 연구가 혐오 민감성이 감염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도 “혐오 민감성이 높다고 해서 모든 종류의 병원균으로부터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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