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에게 화가 난다면?

[사진=Aleksei Morozov/gettyimagesbank]
팬데믹 이후 영어권 국가에서 자주 쓰는 신조어가 있다. 바로 ‘팽그리(pangry)’다.

이는 팬데믹(pandemic)과 앵그리(angry)의 합성어로, 팬데믹으로 화가 난 상태를 말한다. 배가 고파 화가 났을 때 많이 쓰이는 ‘행그리(hangry, hungry와 angry의 합성어)’와 유사한 형태의 합성어다.

이런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코로나19와 팬데믹 때문에 화가 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오랫동안 고향 방문을 못하고 있거나,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로 우울한 것을 넘어 화가 난다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하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소홀히 하는 사람에게 화를 느끼기도 한다. 자신은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코로나19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화가 나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전 세계적으로 1억 명 가까운 사람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부분은 무증상이나 경미한 증상에 그치지만, 사망자도 200만 명을 넘어선 상태라는 점에서 코로나19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감염병이다.

임상심리학자인 자이납 델아왈라 박사는 미국 언론매체 허프포스트를 통해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코로나19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률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행동을 전환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이는 지난 1년간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방역수칙을 지켜온 사람들을 화나게 만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상황에서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 중 하나인 만큼 행그리 상태에 이르는 것을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팬데믹처럼 자신의 통제 영역 밖에서 벌어지는 일은 무기력감과 좌절감 등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를 무조건 억누르려고 애쓰기보다는 이 같은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화를 진압시키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 화를 공격적 혹은 폭력적으로 분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심리학자인 리 랜드 박사는 분노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아이러니하게도 충동적이고 유해한 방향으로 화가 표출되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화를 어떻게 표출하느냐도 중요하다. 가령,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무실 동료에게 화가 나 상대를 민망하게 만든다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델아왈라 박사에 의하면 꾸짖거나 창피를 주는 방식은 상대가 ‘방어적인 태도’를 갖도록 만든다. 상대는 오히려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는 이유를 설명하거나, 더 당당하게 마스크를 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따라서 직접적으로 화를 내기보다는 “우리 집에는 면역력이 약한 아들이 있습니다. 마스크를 써주시겠어요?”처럼 간접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전문가들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사용을 자제하는 것도 화를 누그러뜨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소셜미디어를 보면 이 시기 여행을 다녀오거나 사람들과 모임을 갖는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화를 돋울 수 있으니, 사진을 볼 때마다 화가 나는 사람은 가급적 소셜미디어를 들여다보지 않는 편이 좋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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