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간과하고 있는 것들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56호 (2021-01-18일자)

포스트 코로나에서 함께 웃기 위해선…

[사진=stevanovicigor/gettyimagesbank]
지난밤부터 전국 곳곳에 눈이 내립니다. 이 눈이 서설(瑞雪)이 되면 좋을 텐데…. 이번 주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헬스클럽에서 운동할 수도, 점심 먹고 나서 카페에서 동료와 커피 한 잔 마실 수는 있게 됐습니다. 저녁을 일찍 먹는다면 노래방이나 당구장, 스크린골프장에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일부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살짝 풀렸을 뿐, 눈앞이 밝아진 것은 아닌듯합니다. 어제, 포털 사이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알리는 기사들의 댓글들을 봤더니 비난 일색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댓글을 잘 달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도….

정부로서도 참 힘들 것입니다. 방역안보와 경제의 딜레마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의 중간점을 찾아왔고 서구보다는 잘 방어하고 있는데도 비난의 목소리가 넘치니 답답하겠지요. 허나, 정부의 정책 이유나 과정을 알 수 없이 손발이 묶인 시민들은 얼마나 더 숨 막히겠습니까?

많은 누리꾼들은 기사 댓글에 공정성, 형평성, 합리성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률적으로 극장은 좌석 1칸, 공연장은 2칸 비워두는 것은 저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연인이 팔짱끼고 들어가서 떨어져 앉아 봐야 한다니…. 이런 것들이 한둘이 아니지요.

일부 누리꾼들은 2~3주 봉쇄에 준하는 3단계 조치로 환자 수를 확 줄이고 정상으로 돌아가자고 하던데, 그렇게 해도 감염이 가라앉는다는 확신이 없어서 안하는 것이겠지요? 이런 점에 대해서도 명확히 설명을 할 수는 없는 건지….

그저께 중대본의 보도 자료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기자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전형적 관공서 용어와 문체인 데다가 보통 사람의 생활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다는 규제대상과 내용을 나열해놓은 문서에서 이유와 설득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꾸고 있으므로 정치권과 관료사회도 근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는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첫째, 정부는 국민을 관리, 계도, 규제 대상이 아니라, 주인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파트너로 여기도록 변화해야 할 겁니다. 지금껏 코로나19 위기에서 세계에서 모범적으로 희생을 감내하며 협조한 국민에게 감사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경청해야 할 겁니다.

둘째, 그렇다면 합리적 토론과 설득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겠지요? 혹시 관료들이 ‘내가 가장 잘 아는데…,’ ‘효율성을 위해서 필연적’이라고 생각해서 이 부분에 소홀하고 있다면 사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겁니다.

셋째, 토론과 설득에서 ‘합리성’이 고갱이에 와야 할 겁니다. 이를 위해서 각계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경청하고, 과학을 중심에 둬야 할 겁니다. 백신 접종정책을 준비하면서 의사협회나 병원협회의 의사들을 소외시켜서는 안 되겠지요. 빅 데이터나 시스템바이올로지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서 각 분야 위험지수를 계량화, 정책방법을 설득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협조적인 우리 국민이 왜 반발하겠습니까?

넷째, 어느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은 주제이지만, 감염자와 사망자 수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유념하는 방역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규제책이 국민의 체력이나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는지 반영해야만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헬스클럽을 술집보다 더 규제한 것은 비합리적입니다.

해외 언론들은 지난해 체육시설의 위험도와 건강 증진 효과를 비교했더니 후자가 크므로 확실한 방역지침 아래 영업정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또 무조건 친구들을 만나지 않아서는 안 되며, 방역수칙을 지키며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기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 블루’ 탓에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데, 우울한 시대 간접적 사망자가 코로나 사망자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국민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이런 건강의 양지와 음지를 계량화해서 반영한 방역대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또, 국민이 관리 대상이 아니라 최소한 동반자라면 재난소득 지급에 앞서 방역에 협조하면서 생긴 피해액을 보상하는 것이 우선일 겁니다. 독일에서는 최대 6, 7억까지 보상한다는데 이게 합리적이지 않나요? 이 돈이 자연스럽게 직원과 그 가족에게 흘러갈 것이고, 실업도 줄일 것이고요. 문을 닫은 20평과 200평의 업체에게 동일업종이라고 똑같은 금액을 ‘위로금’으로 주는 비합리성에서도 벗어날 겁니다.

정부는 월말까지 기다리기보다는 가급적 빨리 누가 봐도 비합리적인 것들은 고쳤으면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이 난국을 이기기 위해, 각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기 바랍니다. 이 대책의 고갱이는 과학과 합리성을 토대로 삼은 설득이고, 숫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고마운 국민의 행복과 건강이라는 것, 잊지 마시고….

정부뿐 아니라 우리 모두 코로나19와의 긴 싸움을 함께 치르며 각자의 삶이 건강과 행복, 합리성을 소중히 여기고, 더 힘든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방향으로 바뀐다면 이 힘든 과정이 무의미하지는 않겠지요? 좀더 빨리 이 터널을 빠져나가는 길일 수도 있을 것이고….

 


[대한민국 베닥] 69세 ‘젊은 의사’의 三樂

소아정형외과의 베스트닥터로는 중앙대 최인호 임상석좌교수(69)가 선정됐습니다. 최 교수는 2017년 서울대병원을 정년퇴직하고 병원을 옮긴 뒤 어린이들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 하루 팔굽혀펴기 200번, 아령 양팔 각 100번, 철봉 10회 등을 하고 집에서 병원까지 걸어서 출퇴근합니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오롯이 서려있는 감동적 삶을 살면서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는 명의이기도 합니다.

☞최인호 교수의 감동적 삶과 현재 보기


오늘의 음악

첫 곡은 1955년 오늘 태어난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영화 ‘보디가드’에서 휘트니 휴스턴이 부르는 ‘I will always love you’입니다. 휘트니가 떠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9년이 지났네요. 2019년 오늘 세상을 떠난, 이글스의 글렌 프레이가 부르는 ‘New Kid in Town’ 이어집니다. 57세 때인 2005년 호주 멜버른 공연실황이라고 합니다.

  • I will always love you – 휘트니 휴스턴 [듣기]
  • New Kid in Town – 이글스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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