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면 된다” 땅콩 알레르기 치료길 열리나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주목하자. 땅콩을 물에 삶아 먹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내용의 임상시험이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진행 중이라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12일 보도했다.

땅콩에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단백질이 함유돼 있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땅콩을 먹으면 몸 속 면역체계가 땅콩 속에 들어있는 이 단백질을 위협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몸 속에서 제거하기 위해 많은 양의 화학물질을 내보낸다. 이 과정에서 알레르기 반응 증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땅콩을 볶거나 하는 경우에는 이 단백질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땅콩을 물에 20~30분 정도 삶으면 치명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단백질 일부가 씻겨나간다.

삶은 땅콩을 이용한 이 치료방법은 일종의 구강 면역치료로, 땅콩에 들어있는 단백질에 대해 면역체계를 둔화시키고 과민반응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땅콩 알레르기에 대한 구강 면역치료는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다. 볶은 땅콩으로 만든 땅콩가루를 사용하는데, 연구에 따르면 알레르기 환자 60~80% 의 알레르기 반응을 예방할 수 있다. \

비교적 성공적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사용하는 땅콩가루는 땅콩과 동일한 비율의 유해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여전히 과민성 쇼크(anaphylactic shock)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게다가 땅콩가루에 드는 비용까지 더해져 결과적으로 소수의 전문 NHS 센터에서만 이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다.

연구진은 201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삶은 땅콩 치료에 관한 소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1년에 걸쳐 먹는 땅콩의 양을 늘려가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몇 주 간격을 두고 아주 적은 양(부스러스 약간)을 주다가 점차 늘려가 마지막에는 6~8개의 땅콩을 한 번에 주었다. 의료 감독하에 시행해야 하며 집에서는 절대 시도하지 않아야 한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 47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이 중 절반 정도는 1년 동안 조금씩 양을 늘려가며 삶은 땅콩을 섭취했고 나머지 아이들은 전혀 섭취하지 않았다. 1년 후에 보니, 삶은 땅콩을 섭취한 아이들은 모두 심각한 증상없이 한번에 땅콩을 8개까지 안전하게 먹을 수 있었다. 반면 이를 섭취하지 않은 아이들은 여전히 땅콩 단백질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했다.

현재 연구진은 땅콩가루와 비교해 삶은 땅콩이 얼마나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지 알아보기 위해 112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는 더 큰 규모의 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결과는 올해 말에 나올 예정이다.

연구진은 “땅콩을 삶으면 유해 단백질의 비율이 감소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은 더 안전한 방법이 될 것”이며 “시중에서 산 땅콩을 삶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치료법으로 채택되더라도 반드시 의료 감독하에 시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은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