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 있는 예비 아빠, 유산 가능성 높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흔히들 태아의 건강은 예비 엄마의 건강 상태와만 큰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연구는 예비 아빠의 건강 상태도 태아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명한 생식난임분야 학술지인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에 지난달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병을 가진 예비 아빠의 배우자가 유산 경험을 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부터 2016년 사이의 임신 사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이 비만, 당뇨병,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 등 대사증후군 질병 3가지 이상을 겪으면 배우자의 유산 확률이 27%로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증후군 질병이 없는 경우의 17%에 비해 10% 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이번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마이클 아이젠버그 교수는 “태아기 비타민이나 건강한 생활과 같은 임신 전 상담은 여성에게만 집중됐다”라면서 “그러나 이번 연구는 남성의 임신 전 건강과 유산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첫 연구”라고 강조했다.

아이젠버그 교수 연구진은 2009년과 2016년 사이에 95만 8804건의 임신에 대한 미국 보험 청구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대사증후군(비만, 당뇨병,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 만성폐쇄성폐질환, 우울증과 심장질환을 포함한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아빠가 되는 남성들의 건강 상태를 평가했다.

산모의 나이, 건강, 체중, 부모 중 한 명이 흡연자인지 여부 등 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 역시 따로 고려하여 조정한 뒤 예비 아빠의 건강 상태가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만 따로 계산했다.

조사된 임신 중 성공적인 출산이 78만5809건, 자궁외임신, 유산 또는 사산이 17만2995건 있었다. 조사관들은 예비아빠가 더 많은 대사증후군을 앓을수록 유산의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산 확률은 각 때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남성이 대사증후군 질병이 없을 때 17%
남성이 대사증후군 질병이 1개 있을 때 21%
남성이 대사증후군 질병이 2개 있을 때 23%
남성이 대사증후군 질병이 3개 있을 때 27%

예상대로 유산은 산모의 나이와 다른 질병의 수에 따라 증가했다. 그러나 남성의 건강도 유산과의 연계성이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예비 아빠의 나이가 많으면 유산의 위험도 커졌다.

예비 아빠의 건강이 유산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메커니즘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다. 다만 아이젠버그 교수는 “남성의 건강과 생활 방식이 정자의 유전적 구성과 발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것이 태반의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태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유산이 되기 쉽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남성의 흡연과 식단이 정자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고 있다”라면서 “남성의 건강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더욱 통합적 연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보험 청구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했기 때문에 사회인구학적 상태와 인종 및 약물 남용정보 등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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