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리더의 팬데믹 대응, 남녀가 어떻게 다를까

[사진=aurielaki/gettyimagesbank]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의 말에는 남다른 무게감이 실린다. 위기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올해 지구촌을 공포로 밀어넣은 코로나 팬데믹은 뜻하지 않게 각 나라의 정부 수반의 언어와 의사소통방식을 비교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와 관련해 ‘메디컬뉴스투데이’는 정치 리더의 연설이 성별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는 대통령과 수상 등 각국 지도자의 코로나 관련 연설을 젠더적 관점에서 분석해 팬데믹의 숨겨진 단면을 조명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사라 다다 씨(미국 바유글로벌헬스재단)에 따르면 연구팀은 20개국 정상(남녀 각 10명 씩)의 122건 연설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같은 강대국을 비롯 브라질 타이완 방글라데시 니제르 볼리비아 등의 리더가 했던 연설문.

연구팀은 각국 리더들이 사용한 언어와 연설 내용을, 연역적 접근방법을 사용해 5가지 테마로 나눠 분석했다. 경제 및 재정지원, 사회복지 및 취약인구, 민족주의, 책임과 부성애, 감정적 호소가 그들이다. 연구결과는 내년 1월 ‘BMJ 글로벌 헬스’에 실린다.

두려움에 기반한 전략 vs 사회적 통합

남녀 리더 공히 코로나 팬데믹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하지만 접근방법은 차이가 났다. 남성 리더의 경우 국가적 위기에 초점을 맞춘 반면, 여성 리더들은 지역 단위, 개인 차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보다 자주 얘기했다. 또한 여성 리더의 경우 정신건강 약물남용 가정폭력 등에 대처할 수 있는 ‘보다 넓은 범위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특기할만 하다.

전체 20명 중 17명의 리더가 올해 코로나 위기를 전시상황에 빗댔으나 남녀 리더의 접근법은 달랐다. 다다 씨는 “일반적으로 남성은 더 빈번하게 전쟁에 대한 수사를 동원함으로써 두려움에 기반한 전술에 의존한 반면, 여성은 개인 사례나 연민에 대한 호소를 통해 사회적 단결과 통합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만과 뉴질랜드 등 여성 리더가 이끄는 나라들이 코로나 대응에 꽤 좋은 성과를 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여성 리더가 남성보다 일을 더 많이 그리고 더 잘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여성을 정부수반으로 선출한 사회적 분위기가 위기대응에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팬데믹 대응의 젠더 불균형, 왜 위험한가

연구팀은 20개국 지도자를 남녀 동수로 맞추는데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는다. 전 세계에서 정부 수반을 맡은 여성의 숫자가 17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팬데믹 대응에서의 문제는 정치 지도자 뿐 아니라 코로나 대응 관련 의사결정 기구에서 젠더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점. 87개국 115개 코로나 관련 의사결정 기구 중 3.5%만이 남녀 동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결정에서의 여성소외를 둘러싸고, ‘지금 같은 비상 시국에 당장 시급한 과제는 아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여성이 아닌 남녀 모두와 관련된 문제다. 일선 의료현장에서 여성들은 대다수의 간호직 업무를 맡고 있고 보건의료의 비공식적 분야에서도 여성 비율은 압도적이다.

실질적으로 글로벌 보건관리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막상 정책 결정과정에서 묻히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팬데믹에 대한 효율적 대응에 구멍이 생기기 십상이다. 결국 이는 더 많은 희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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