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법 폐지 ‘눈앞’… 산부인과 단체 “의사 양심에 반하는 낙태 강요말라”

[사진=yacobchuk/gettyimagesbank]
헌법재판소가 명시한 낙태법 개정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문가 단체의 의견이 여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새해 시작과 함께 낙태법이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전문가 단체는 낙태법 폐지에 반대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28일 발표했다.

산부인과학회 등은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진행돼온 낙태법 개정 논의에서 전문가로서의 입장을 전달해왔다.

산부인과 단체는 △임신 10+0주(70일: 초음파 검사 상 태아 크기로 측정한 임신 일수 기준) 미만에는 임신한 여성이 아무 조건 없이 낙태할 수 있게 하고 △임신 10+0주부터 22+0주 미만에 낙태를 원하는 경우에는 상담과 일정 기간의 숙려 절차를 거쳐 낙태하도록 하고 △임신 22+0주 이후에는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존 가능성이 있으므로 낙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의사의 낙태 거부권 역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낙태법 개정 시한을 불과 3개월 앞둔 지난 10월에서야 개정안을 내놓아, 충분한 논의와 전문가 의견 반영 없이 시한을 넘길 가능성에 처했다. 1월 1일을 기점으로 낙태법 핵심 조항이 폐지될 상황이란 것.

이에 산부인과 단체는 신속히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개정을 진행하길 촉구했다. 산부인과 의료계는 “여성의 안전을 지키고 무분별한 낙태를 막기 위해 ‘선별적 낙태 거부’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산부인과 단체에 의하면 임신 10+0주부터 22+0주 미만은 태아의 장기와 뼈가 형성되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시기다. 태아의 발달 정도와 발생 가능한 합병증 등에 대한 의사의 충분한 설명을 바탕으로, 임신 여성의 숙려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22+0주부터는 현행법과 판례상 살인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임신 중단이 필요한 의학적 사유로 인한 조산 등 적합한 의학적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태아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반대한다고 전했다.

산부인과 단체는 “낙태 진료에 관한 의사의 거부권은 개인의 양심과 직업윤리 등을 고려하여 반드시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며 “의사에게 양심에 반하는 진료를 강요해서는 안된다”며 의사의 낙태 거부권이 명시된 법을 만들어줄 것을 정부와 입법부에 촉구했다.

이어 “낙태를 합법화한 국가들도 낙태법을 폐지한 게 아니라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정한 범위와 절차 안에서 허용하고 있다”며 “여성들이 사회 경제적 압박에 의해 낙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하루 속히 개선되기를 바란다. 국가가 법과 제도로 지원하지 않으면 해결 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대국민 호소문은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의 4개 산부인과 단체가 공동 발표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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