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뇌 보안시스템 뚫는다”

그래픽=Alice Gray

코로나19 환자들은 뇌가 뿌옇게 변한듯 멍해져 기억력이 떨어지는 ‘뇌 안개(Brain Fog)’ 현상을 겪거나, 온몸에서 무력감을 겪거나, 인지기능이 뚝 떨어졌다고 호소하곤 한다. 코로나19 감염이 이 같은 뇌증세를 일으킨다는 것은 속속 알려졌지만, 이유를 몰랐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뇌의 ‘보안시스템’을 뚫고 뇌 안으로 침투했기 때문임을 알려주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 의대 윌리엄 A 뱅크스 교수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혈관-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한다는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서 확인했다고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S1 단백질로도 불리며, 코로나19 바이어스 바깥에 신발의 스파이크처럼 울퉁불퉁 튀어나온 부위다. 숙주 세포의 ‘암호문’에 밀착해서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담당한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mRNA 백신은 모두 스파이크 단백질을 지질에 싸서 인체에 주입해 면역계가 적군의 침투를 알아채 공격하도록 하는 백신이다.

또, 혈관-뇌장벽은 혈관으로부터 세균, 바이어스, 독소, 항생제, 화학물질 등이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정교한 요새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이 요새의 비밀 암호시스템을 무력화해서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에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S1 단백질이 요새의 보안시스템을 뚫고 뇌에 침투하면 뇌에서 비상이 걸려 면역조절물질인 사이토카인과 각종 면역물질이 쏟아져서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뇌에서 일종의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 뇌 안개, 피로, 인지장애 등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뱅크스 팀의 연구원 15명은 올 봄까지 에이즈, 치매, 당뇨병, 비만 등과 뇌와의 관계를 연구하다가 4월 다른 연구를 중단하고 코로나19 실험에 매달려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뱅크스 교수는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데자뷔 같았다”고 놀라워했다. 그에 따르면 S1 단백질과 HIV의 gp120 단백질은 둘 다 당분이 많은 글리코 단백질이고, 다른 곳에 침투하는 열쇠 역할을 하며, 혈관-뇌장벽을 통과해서 뇌 조직에 독소로 작용하는 등 쌍둥이처럼 비슷했다.

뱅크스는 “이 연구가 코로나19의 많은 합병증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환자가 호흡곤란을 느끼는 것은 폐에 바이러스가 직접 침투해서일 수도 있지만 뇌의 호흡기 중추에 침범한 결과일 수 있으며, 후각 기능을 상실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뇌 후각망울(Olfactory Bulb)을 교란시킨 결과일 수 있다는 것.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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