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코로나 백신, 흑인 간호사에게 접종한 이유

[사진=미국 내에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처음으로 접종 받은 산드라 린제이(왼쪽)과 주사를 주입한 미셸 체스터 박사. NBC New York Youtube]
미국의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주인공은 흑인 간호사다. 백신을 주입한 간호사와 접종 받은 간호사 모두 흑인이다.

미국이 이 같은 첫 백신 접종 대상을 선정하고 공개한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8일 영국의 첫 코로나 백신 접종자는 90대 노인인 마거릿 키넌이었다. 영국은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고령자와 이들을 돌보는 요양원 근로자들이 1순위 접종 대상이다. 그러한 점에서 요양시설 거주자인 고령자 마거릿이 첫 접종 대상자로 선정됐다.

반면, 14일 미국에서 진행된 첫 백신 접종은 간호사에게 돌아갔다. 의료계 종사자 접종을 2순위로 둔 영국과 달리, 미국은 요양시설 거주자와 함께 의료계 종사자를 접종 1순위로 두었기 때문에 간호사가 첫 접종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흑인사회, 백신 접종 ‘주저’

그렇다면 왜 백인이 아닌 흑인일까? 현재 미국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인종은 백인이다. 인구의 13%를 차지하는 흑인을 선정한 데는 의도가 있다는 것.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처음으로 주입한 주인공은 흑인 간호사인 미셸 체스터 박사, 또 이 백신을 접종받은 건 또 다른 흑인 간호사인 산드라 린제이다.

린제이는 14일 접종을 받은 뒤 “나는 백신이 안전하다는 공신력을 알리고 싶다”며 “우리는 팬데믹 국면에 있고, 이를 끝내기 위해 우리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내 흑인사회가 백신 접종을 특히 망설이고 있다는 점에서 린제이의 이 같은 발언은 이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흑역사가 두려움 촉발…접종 설득이 과제 

현재 미국 내 흑인은 백인보다 코로나19 감염률이 3배 가까이 높고, 사망 확률은 2배 이상 높다. 이는 그들의 직업과 거주 환경이 미치는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한 점에서 미국 보건당국은 흑인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의 당위성을 알려야 하는 상황이다.

두 명의 흑인 의료계 종사자가 능동적으로 주사를 놓고 주사를 맡으며 백신 접종의 선봉장에 서는 그림은 코로나19 종식의 돌파구를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단, 이 같은 퍼포먼스가 미국 흑인사회의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을 무마할 수 있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지난 10월 미국 스탯 뉴스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흑인의 43%만이 백신 접종 의사를 밝혔는데, 이는 지난 8월 조사보다 20% 감소한 수준으로 백신을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매사추세츠에서 진행된 지역조사에서는 흑인 여성의 19%만이 백신 접종을 받겠다고 말해, 흑인 남성보다 흑인 여성의 백신 불신이 더욱 큰 상황이다.

한 흑인 여성은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를 통해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이 “백신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며 “소수집단을 위한 실험은 아닌지”라며 불안감을 표했다.

이는 과거 미국 의료계와 보건당국이 저지른 잘못과 연관이 있다. 미국은 ‘터스키기 매독 실험’처럼 흑인들을 대상으로 의학적 실험을 진행한 역사가 있다.

오늘날도 미국 사회는 의료서비스 이용에 있어 인종 간 불균형이 존재한다. 출산 시 흑인 여성이 사망할 확률은 백인 여성보다 3배 이상 높다. 이러한 이유로 흑인사회에는 백신에 대한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

코로나19로 3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지금도 하루 20만 명 전후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종용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는 수준의 접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처럼 백신을 불신하고 기피하는 현상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은 상황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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