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기형, 여러 의사가 함께 진료해야 하는 까닭?

김석화 전 서울대 교수, 분당차병원에서 다학제 진료로 ‘새삶’

분당차병원 김석화 교수(오른쪽 중간)가 구순구개열 환자의 치료에 대해 의료진과 상의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1시경 경기 성남시 분당차여성병원 지하1층 다학제진료실. 병원 코디네이터의 호출을 받은 교수 4명이 급하게 자리를 잡았다. 산부인과 정상희 교수는 분만이 늦어져 땀도 못 닦고 뛰어왔다. 교수들이 진영을 갖추자 30대의 임신부가 들어왔다.

임부는 아기를 갖고 싶어서 전국의 용하다는 병원을 전전하다 이 병원 난임클리닉에서 어렵게 아기를 갖는데 성공했지만, 임신 5개월에 초음파산전검사에서 “뱃속 아기에게 구순구개열이 있는 듯하다”는 진단을 받은 여성이었다. 의사들은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임부에게 아기의 상태와 치료일정을 알려줬다. 정신건강의학과 이상혁 교수는 “아기 엄마가 다행히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있어서 다행”이라며 “함께 건강한 아이로 키우자”고 제안했다.

구순구개열 태아에 대한 세계 첫 다학제진료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구순구개열은 선천적으로 윗입술이 벌어지거나(구순열) 입천장이 벌어지는(구개열) 병이다. 미용적 문제 뿐 아니라, 빠는 힘이 약해 수유가 힘들고 씹기, 말하기 등에 장애가 생기므로 수술을 비롯한 치료를 적절히 받아야 한다. 임산부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므로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는다.

이 병원에서 구순구개열의 다학제 진료를 시작한 것은 서울대병원에서 올해 퇴임한 성형외과 김석화 교수(65)를 영입한 것이 계기다.

김 교수는 소아선천성 얼굴기형의 세계적 권위자로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을 지냈고 의료IT 분야도 이끌어온 의사다. 그는 퇴임 때 개원을 해야 하나, 의료IT 회사나 공공기관에 가야 하나 고민했었다. 대형 성형외과병원을 운영하는 제자들은 자신의 병원으로 와달라고 성화였다. 어린이의 선천질환 성형수술은 얼굴에 대한 완벽한 해부학적 이해를 가져야하고, 섬세한 수술 실력이 필수적이므로 미용성형도 뛰어나게 한다. 실제로 많은 얼굴기형 치료 의사들이 개원해서 경제적으로 성공하기도 했다. 의료IT 회사의 고문이나 회장으로 오라는 제안도 있었다.

김석화 교수는 전화 한 통 때문에 ‘제2인생’이 바뀌었다. 대한의학회 회장을 지낸 김동익 차의과대 의무부총장이 “점심을 먹자”고 연락 온 것. 약속장소에 갔더니, 차광렬 차병원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이 나와 있었다. 차 소장은 올해 개원한 일산차병원으로 데리고 가더니 “미래를 함께 열도록 도와 달라”고 제안했다. 의료IT의 선구자로서 줄곧 미래의학을 준비해온 김 교수는 마음이 흔들렸다.

나중에 분당차여성병원 이상혁 원장은 “다학제 진료로 아기를 살리고 건강하게 키우자”고 제안해서 김 교수의 마음을 묶어 버렸다. 이 병원에서는 다른 진료 분야에서 다학제 진료를 시행하고 있었고, 이번에 김 교수를 영입하며 구순구개열 팀을 꾸리겠다는 것.

김 교수는 서울대병원 재직 시 얼굴기형 환자에 대해 국내 최초로 교정치과의사, 언어치료사 등과 협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어린이병원장 재직 시 다학제 진료를 계획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실현하지 못했다. 분당차병원은 소아청소년과(채규영, 김혜림 교수), 소아외과(이종인 교수), 소아신경외과(김태곤 교수),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김소영 교수), 정신건강의학과(이상혁 교수), 재활의학과(서미리 교수), 치과(정승원, 황유선 교수) 등 10여명의 전문의를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

김 교수는 “구순구개열 환자 가운데 치료를 잘 받아 뛰어난 인재로 성장한 이가 많은데도 적지 않은 임부들이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지금까지 치료는 외과적 수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지만 수술은 치료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 아기 진단에서부터 엄마의 마음을 다독이고 아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다학제 진료가 자리 잡게끔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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