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위독 멕시코 교민, 모국서 폐 이식받고 “새 삶”

김충영씨가 수술을 집도한 박승일 서울아산병원 교수(오른쪽)와 폐이식팀 의료진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사진=서울아산병원]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폐 이식이 꼭 필요합니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멕시코 교민 정재준(34)씨는 지난 8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절박한 심정을 담은 메일을 보냈다.

자영업을 하는 정 씨의 어머니 김충영(55)씨는 지난 6월 코로나19 확진을 판정을 받고 3일 만에 폐렴이 악화해 패혈성 쇼크 진단을 받았다. 멕시코시티 ABC병원 의료진은 김 씨 가족에게 폐 이식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멕시코에서는 수술이 어려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건넸다.

멕시코에서는 폐 이식 수술이 많지 않고 장기기증 문화 역시 보편화하지 않아 김 씨가 현지에서 폐 이식 수술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절망에 빠진 김 씨의 가족은 마지막 희망으로 고국에 있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 어머니를 살려달라는 한 통의 메일을 보냈고, 아들 장 씨의 메일은 기적을 일으켰다.

김충영씨가 멕시코에서 비행기편으로 한국으로 이송되는 장면.[사진=서울아산병원]
인공심폐기와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김 씨는 현지 의료진과 함께 멕시코 몬터레이공항을 출발해 캐나다 밴쿠버공항,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공항, 러시아 캄차카공항을 거쳐 8월 9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1만2000㎞의 비행 끝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김 씨는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을 통해 내과계 중환자실로 입원했고, 폐 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폐 이식은 뇌사자 기증 폐가 나와도 항원과 항체 반응검사를 통해 거부반응 여부를 확인한 뒤에나 가능하다. 김 씨의 경우 항체 검사에서 거부반응 결과가 잇따랐지만, 9월 11일 김 씨에게 이식이 가능한 뇌사자 폐가 나왔다. 이날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폐 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이 지난 9월 김씨의 폐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사진=서울아산병원]
폐 이식 수술 후 석 달 동안 여러 차례 고비를 넘은 김 씨는 마침내 이달 초부터 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멕시코에서 코로나19에 걸린 후 폐렴과 패혈증, 폐섬유증까지 생겨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가족과 서울아산병원 폐 이식팀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폐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며“다시 태어난 것 같은 감격과 가족과 모든 의료진에게 감사한 생각뿐이다”고 밝혔다.

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는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재외국민을 고국에서 살리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차기 서울아산병원장으로 내정된 박승일 교수는 2017년 국내 최초로 생체 폐 이식 수술에 성공하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폐 이식팀은 200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폐 이식을 받은 환자 130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 5년 생존율은 62%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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