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걸리는 감기’ 전정신경염, 단기간 약물치료 후 재활운동 필수

[사진=Pornpak Khunatorn/gettyimagebank]
어질어질 어지러워서 걷기는커녕 일어나기도 어렵다. 종일 속이 메스껍고 세상이 핑핑 돌며 몸이 오슬오슬 떨린다. 뇌졸중이 아닐까, 겁에 질려 대학병원 응급실에 간다. 뇌 영상을 찍고 온갖 검사를 받아도 ‘이상 무.’ 응급실 문을 나서는 순간에도 어지러워 휘청거린다.

갑자기 어지럼증이 닥치면 병원의 어느 과에 가야할지부터 막막하다. 응급실에서 뇌경색, 뇌종양, 편두통 등 뇌혈관에 이상이 없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이비인후과에 가면 된다. 귓속에서 몸의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안뜰기관)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 양쪽 귓속의 단단한 뼈 속에 있는 전정기관은 회전을 느끼게 해주는 반고리관과 앞뒤 움직임, 머리 기울기 등을 감지하는 이석(귓돌)으로 이뤄져 몸이 균형을 잡아준다.

전정기관 이상 중에는 귓속 작은 돌들이 위치를 벗어나서 생기는 ‘이석증’이 가장 흔하지만, 두 번째로 자주 발생하는 ‘전정신경염’이 가장 괴롭다. 이석증은 대부분 수십 초 지나면 가라앉지만 전정신경염은 몇 시간, 심하면 하루 이상 지속된다. 30대∼50대의 비교적 젊은 층에 자주 발병하는 전정신경염은 이른바 귀에 걸리는 감기로 알려져 있으며, 바이러스 감염이 주원인으로 추정되나 귀에 피가 잘 통하지 않는 것도 원인으로 여겨진다.

전정신경염은 일단 단기간 약물치료로 염증을 가라앉히고, 소뇌에서 몸의 균형을 잡는 기능을 되살려주는 ‘전정재활운동’을 하는 게 최적의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약물 과다 처방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진이 2009~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2015년) 연평균 12만6000건의 전정신경염 진료가 이뤄졌으며 평균 처방일수는 37일이었고 최대 231일간 약을 복용한 경우도 있었다. 전정신경염의 약 처방은 3~5일 정도가 권고되고 있으나 신경안정제 벤조다이아제핀은 14.3배, 수면작용이 있는 항히스타민은 43.8배에 이르는 과다 투약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은 불안장애, 불면증 등에 주로 처방되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오래 과다복용하면 인지기능장애, 골절, 자살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어지럼증에만 국한하더라도 스스로 극복하려는 전정보상작용을 방해해서 만성 어지럼증의 원인이 되며 완전한 회복을 불가능케 한다.

이와 관련하여 보건의료연구원은 전정재활운동의 수행여부와 약물 복용에 따른 치료효과를 비교하기 위하여 다양한 문헌적 검토와 임상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전정신경염 초기(발병 3일 이내)에 약물을 복용한 뒤, 이후 재활운동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으로 분석됐다.

전정재활운동은 어지럼증이 생기는 동작이나 자세,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스스로 극복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훈련이다. 고소공포증 환자에게 낮은 계단부터 높은 계단까지 반복적으로 오르게 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초기에는 그림과 같이 눈 운동 위주로 시작한다. 이에 적응돼 걸을 수 있으면 시각정보와 근육정보를 활용한 동작훈련을 반복한다. 이비인후과 의사가 처방한 약을 단기간 복용한 뒤 의료진의 지도에 따라 꾸준히 반복하면 ‘핑핑 도는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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