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44호 (2020-10-26일자)

이건희 회장, 병원 문화 혁신에도 기여하다

초일류 기업 ‘삼성’을 이룬 기업가 이건희 회장이 어제 영원히 눈을 감았습니다. 2014년 5월 한남동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인근 순천향대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지 6년 5개월 동안 투병했지만, 끝내 바깥세상을 보지 못하고 영면했습니다.

고인은 경청(傾聽)과 목계(木鷄·싸움닭에게 흔들리지 않는, 나무로 만든 닭)를 강조한 삼성가문의 교육 때문이었는지, 말수가 적었지만, 말할 때마다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 영화,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았고 고교 때 레슬링 선수를 했으며 야구도 아주 사랑했지요? 동물도 사랑해서 어렸을 때부터 반려견을 가까이했고, 영국의 앤 공주와는 승마를 매개로 친구처럼 지냈지요.

고인은 스피드광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어릴 적부터 고독과 친구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회장은 1982년 양재대로에서 승용차를 몰다가 덤프트럭과 부딪혀 차 밖으로 튕겨 나가는 사고를 당합니다. 언론에서는 2주 만에 회복됐다고 하지만, 쉽게 믿기지 않습니다.

이 사고가 이 회장이 승용차뿐 아니라 건강과 의료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아닐까 짐작합니다. 고인은 늘 책과 가까이 했는데 그룹 비서실이 미국, 일본에서 보내온 건강서도 즐겨 읽고 주위에도 권했습니다. 이 회장이 일본에서 유행했던 반신욕, 단백질을 듬뿍 섭취하고 탄수화물을 줄이는 ‘앳킨스 다이어트’를 한다고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유행했던 것, 기억나시나요? 앳킨스 다이어트는 이 회장 덕분에 ‘황제 다이어트’라는 별명도 붙었지요?

고인은 삼성서울병원을 건립케 해서 우리나라 병원 문화도 크게 바꿨습니다. 1994년 11월 9일 삼성생명공익재단 산하로 1100병상 규모로 개원한 삼성서울병원은 당시 생소하던 ‘환자 중심의 친절 문화’를 퍼뜨렸습니다. 당시만 해도 대학병원에선 의사들이 부모 연배의 환자에게 반말을 하던 것이 예사였던 때라서 가히 혁명적이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은 또 의료진이 촌지를 못 받도록 했지요. 삼성서울병원 덕분에 장례식장 문화도 크게 바뀌었지요. 병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큰 타격을 받았지만, 충격을 이겨내고 미래의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회장은 1999년 삼성서울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영상의학과 이경수 교수가 해외 학회에 다녀온 다음 나중에 폐 사진을 보고 폐에서 겨드랑이로 가는 림프계의 종격동에서 눈에 보일락 말락 희미한 것을 발견합니다. 병원과 그룹의 관계자들이 4번이나 회의를 갖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회장은 폐암 진단을 받고 수술로 제거합니다.

우리나라 여건상 삼성서울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으면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미국 텍사스의 MD앤더슨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습니다. 미국의 의사는 “어떻게 이 사진에서 암을 발견해서 이토록 치료할 수 있었냐?”며 경탄했다고 합니다.

이 회장은 폐암의 재발에 대비해서 가끔씩 해외의 공기 좋은 곳에서 쉬고 왔고 건강에 신경을 썼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는 피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2014년 5월 한남동 자택에서 가슴을 움켜쥐면서 쓰려져 순천향대서울병원 응급실로 갔지만, 의식이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의료진이 응급처치로 심장을 박동시킨 상태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급히 스텐트 시술을 받았지만, 시기가 늦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재벌의 폐해를 얘기하고, 저도 젊었을 때 그랬었습니다.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이 만든 서울아산병원과 이 회장의 삼성서울병원, 김우중 대우 회장이 호남 벽지에 만들었던 병원들을 보면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누그러질 것입니다. ‘큰 사람’은 흔적이 많기에 비난받을 일도 많은 것 아닐까요?

이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때 거의 모든 사람이 반대했지만 끝내 신화를 이뤘습니다. 디지털 TV 영역을 개척했고, 스마트 폰에서는 애플에게 선두를 빼앗겼지만, 부지런히 쫓아가서 양강 체계를 만드는 데 성공하도록 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을 만들었고, 지구촌의 문화를 바꾸는데 기여했습니다.

더없이 고독했겠지만, 뜻깊은 삶이었습니다. 고인에게 감사하고, 명복을 빕니다. 고인이 머물다 떠난 삼성서울병원도 의료계의 혁신을 위한 걸음에 더욱 더 힘쓰기를 아울러….


오늘의 음악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떠난 10월 25일은 차이코프스키가 세상을 떠난 날이기도 합니다. 1893년이지요. 조성진과 마리스 얀손스가 협연하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3악장 듣겠습니다. 2014년 오늘은 ‘헤비메탈록’의 창시자라고도 불리는 잭 부르스가 떠난 날이지요. 잭 브루스가 에릭 클립톤, 진저 베이커와 만든 최초의 헤비메탈록그룹 크림의 ‘White Room’ 이어집니다. 60대 중반의 나이에 재결합 공연인데도 젊음이 느껴집니다.

  •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 1번 3악장 –  조성진 [듣기]
  • White Room – 크림 [듣기]

1 개의 댓글
  1. qkr

    편지가 가짜던 진짜던 이건희 회장님이 돌아가신건 정말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계시는 한 기둥이라고 불리실만큼 대단하신 분이 떠나시니 많이 속상하네요 안좋은 대한민국을 살려주신 이건희 회장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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