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세균 때문?…비슷하게 먹는데 나만 살찌는 이유(연구)

[사진=Mikhail Spaskov/gettyimagesbank]

인간은 혈액형을 기준으로 A, B, O, AB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혈액형처럼 인간의 몸속 박테리아(세균) 네트워크도 3종류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 유형에 따라 체질도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람의 소화기에는 대략 500여 종류의 미생물이 있는데, 이들 미생물들이 네트워크를 이루는 유형이 3가지 중 하나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이 미국, 덴마크, 일본 등 6개국 400명의 몸속 박테리아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3가지 중 하나의 박테리아를 ‘주력부대’로 다른 미생물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 종류는 각각 다른 생물학적 특징을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장내 박테리아의 네트워크가 3종류라는 것을 발견하고 다른 유형의 네트워크가 있는지 찾았지만 놀랍게도 모든 사람이 세 가지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인종적으로도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들 네트워크 유형을 ‘장(腸) 유형(Enterotype)’이라고 명명했다. Enterotype는 사람의 소화기 내에서 세균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유기체의 분류로 정의됐다.

장 유형 가운데 제1형은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 2형은 프레보텔라(Prevotella), 3형은 루미노고쿠스(Ruminococcus)가 ‘주력부대’ 구실을 하고 있었으며 유형에 따라 체질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1형인 사람은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능력이 좋아 비만이 별로 없다. 또 비타민B7을 만드는 효소가 많았다. 2형은 배앓이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비타민B1을 만드는 효소는 많이 분비됐다.

3형은 포도당을 잘 흡수해서 살이 찔 확률이 높았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3형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남들보다 덜 먹어도 살이 찌거나 △아무리 먹어도 살이 잘 안 찌거나 △감기에 잘 안 걸리거나 △요구르트만 먹으면 배탈이 나는 등 각각 다른 모습을 보면서 그저 체질에 따라 다르겠거니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통해 장내 박테리아 네트워크 유형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박테리아 유형에 맞는 치료약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Enterotypes of the human gut microbiome)는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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