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면 누구나 ‘제2의 사춘기’라 불리는 폐경기를 겪는다. 이때 여러 신체적·정신적 변화들이 일어나는데, 이를 걱정하기보단 식습관 개선, 운동, 취미활동 등으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려는 진취적인 여성들이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치기 쉬운 한 가지, 바로 침묵의 살인자인 ‘골다공증’이다. 증상이 없어 방심하기 쉽다. 국내 골다공증 환자의 90% 이상은 50대 이상 여성으로, 폐경 후에는 여성호르몬 변화로 골(뼈)소실 속도가 10배가량 늘어난다. 평생 뼈 건강의 분수령이 되는 폐경기에 지켜야 할 골다공증 예방·관리법을 국내 골다공증 명의들과 함께 알아본다.

폐경하면 흔히 안면홍조, 수면장애, 감정변화 등의 증상을 떠올리지만 뼈 건강도 주의해야 한다. 폐경 후 5~10년간은 골밀도가 25~30% 감소하고, 50세 이후부터는 10년마다 골다공증 위험이 2배씩 높아진다. 골다공증은 눈에 보이는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 폐경 후 골다공증 위험이 증가하는 이유

‘살아있는 기관’인 뼈는 매년 10%가 새로 교체돼, 10년이 지나면 온몸의 뼈가 모두 새로운 뼈로 바뀐다. 생성, 성장, 파괴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리 몸의 낡은 뼈는 튼튼한 새 뼈로 바뀌며 뼈 건강이 유지되는 것. 그러나 폐경 후에는 뼈가 생성되는 속도보다 파괴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골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스펀지처럼 구멍이 생긴다. 이로 인해 뼈가 부러지기 쉬운 상태인 골다공증을 겪게 된다.

이는 여성호르몬 결핍이 영향을 미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결핍은 폐경여성의 골 소실 속도를 높여 골다공증 위험을 높인다. 폐경 후에는 난소 기능 저하로 에스트로겐 중 에스트라디올 농도는 85~90%, 에스트론 농도는 65~75% 급격히 감소한다. 이로 인해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의 수명이 늘고, 숫자도2~3배 늘어 뼈가 빠르게 소실된다. 뼈가 소실되면 뼈 구멍이 더욱 늘어 골감소증을 거쳐 골다공증까지 단계별 악화가 일어난다. 이 때문에 골다공증을 ‘뼈 엉성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진=정상적인 뼈와 골다공증이 발생해 엉성해진 뼈]

폐경이 오면 뼈 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생각해야 한다대한골대사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50세 이상 여성 3명 중 1(37.3%)은 골다공증, 2명 중 1(48.9%)은 골다공증의 전 단계인 골감소증 환자다골다공증 환자의90% 이상이 여성이나뼈 질환의 특성상 눈에 보이거나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증상이 없어 대부분의 여성이 골절 후에나 골다공증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프=우리나라 50세 이상 여성 뼈 건강 현황. 대한골대사학회 제공]

◆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일상생활 훼방

골다공증은 너무 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폐경 여성들은 오히려 이를 가볍게 여긴다. 피부 주름처럼 골다공증 역시 자연스럽고, 당연한 노화현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골다공증은 환자와 가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주의가 필요한 이유는 ‘골절’ 때문이다. 뼈가 부러지게 되면 주변인의 도움 없이는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고, 감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전염병학(Epidemiolog)저널에 실린 2013년 연구에 따르면 골다공증으로 고관절 골절을 겪게 된 환자의 60%는 골절 발생 1년 후에도 식사를 하거나 옷을 입고 목욕을 하는 데 도움이 필요했다. 또, 80%는 운전을 하거나 쇼핑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74%는 또 다른 골절이 발생하지 않을까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관절 부위에 골다공증 골절이 발생한 환자 4명 중 1명은 1년 내에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해 이 ‘침묵의 살인자’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 폐경 여성의 골다공증 의심 증상은?

골다공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질환을 의심하기 어렵기 때문에 골절 자체를 골다공증의 주요 증상으로 보기도 한다. 또한, 골다공증 고위험군인 폐경 여성은 갑자기 등 쪽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키가 줄어든다면 골다공증에 따른 척추 골절을 의심해야 한다. 이 같은 의심증상이 하나라도 나타났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골다공증 검사를 받고,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면 꾸준한 치료를 통해 골절을 예방해야 한다.

국제골다공증재단에 따르면 60세 이상이거나, 골절을 경험한 50세 이상의 성인, 대퇴골 골절 또는 골다공증 가족력이 있는 사람도 골다공증 및 골절 위험이 높다. 저체중이거나, 흡연 혹은 음주 등의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류마티스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동반된 폐경 여성에서는 골다공증 및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위험이 특히 크게 증가하므로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