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외부 잣대에 일희일비할까?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36호 (2020-09-07일자)

외국인의 “푸른 하늘” 칭찬에 왜 으쓱했을까?

 

사진=Shutterstock

오늘은 푸르지 않은, ‘푸른 하늘의 날’입니다. 이 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제정을 제안한 것을 받아들여 그해 11월 유엔 기념일로 공식 제정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부터 국가기념일이 됐지요.

그러나 푸른 하늘과 거리가 먼, 꺼무레한 하늘입니다. 태풍 하이선(Haishen)이 일본 열도를 할퀴고 한반도는 비껴가지만 비구름 아래 있습니다.

한때, ‘새파란 하늘’은 코리아의 상징이었지요. 우리 국민만 그렇게 알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요. 저는 ‘푸른 하늘’하면 늘 이 장면이 떠오릅니다.

“한국에서의 첫 인상은 어떻습니까?”
“푸른 하늘이 인상적입니다.”

1970, 80년대 방송에서 서울에 오는 외국 저명의사의 인터뷰 첫 마디는 으레 이랬습니다. 한국에 처음 입국하기에 인상을 느낄 경험이 거의 없는 그들에게 칭찬 받을 유일한 것이 ‘푸른 하늘’이었을까요? 그런데도 우리는 흡족했고, 새파란 하늘이 우리에게만 있는 냥 뿌듯해 했습니다.

왜 우리는 외국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할까요? TV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이 한식을 먹고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 흐뭇해하고, 찌푸린 표정을 지으면 우르르 몰려가서 비난할까요? 왜 언론사는 자사 기자들의 취재를 바탕 삼은 심도 깊은 분석 글 대신에 ‘○○○, 해외 언론 극찬’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낼까요? 혹시 해외 어느 권위지들 중에 ‘한국, 프랑스 ○○○ 극찬,’ ‘일본, 미국 ○○○ 찬사’ 이런 기사 본 적 있나요?

속이 알차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답을 찾는 것 아닐까요?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비난 받거나 문제가 생길 일은 안하는 것이 아닐까요?

최근 스포츠 중계를 보다가 묘한 사실을 깨달았는데, 국내 경기에서는 해설자들이 슬로비디오의 화면을 보고도 판단 내리기를 꺼리더군요. 누가 봐도 오심인데도, 심판을 비난하지 않아요. 해외 경기에서 한국인 선수에게 불리한 판정을 받으면 가차 없이 비난합니다. 물론, 우리 선수에게 이로운 오심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요. 휩쓸려서 누군가를 욕하는 것은 잘하지만, 용기 있게 어떤 얘기를 할 수는 없지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에게 아무리 질문하라고 해도 안하던 것 떠오르지요?

어쩌면 특정인을 비난할 일은 아닌 듯도 합니다. 우리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었고, 전쟁에서는 외부의 평가가 비록 잘못됐어도 사람의 목숨을 좌우했으므로, 집단적으로 이런 현상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시기에 외부의 평가는 헛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외부 평가와 연계해서 만족감을 느낍니다. 조금만 뒤집어 생각하면 말이 안되지만, 그래도 기분 좋습니다. 미국 MLB 최고의 투수가 누군지는 전혀 모르면서, 미국인들이 류현진에 열광할 것이라며 위안 받고, 세계청소년 축구 우승국은 전혀 모르면서, 우리나라의 선전을 세계인들이 기억한다고 착각하지요. 그속에서 만족감을 느낍니다.

정신의학자들에 따르면 콤플렉스가 깊고 자존감이 부족하면 외부에서 답을 찾는다고 하네요. 외국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평가는 대부분 헛되다는 것만 알아도 정신건강에 약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19 탓에 외부활동이 준 요즘, 내면을 건강하게 채우기에 좋은 시기가 아닐까요?

마음에 양식이 될 좋은 책 읽으며, 좋은 음악도 듣고, 집안에서라도 땀 흘리며 운동하고…. 명상 또는 복식호흡으로 스트레스도 다스리고, 날이 개면 푸른 하늘 쳐다보며 가슴 활짝 펴고 ‘호연지기’도 기르시고!


[대한민국 베닥] 최고 의사들의 당부 5가지

 

2020 베스트닥터로 인터뷰를 한 의사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어떨 때에는 지난번에 들었던 것과 똑같은 이야기를 들어서 데자뷔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최고의 의사들은 저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베스트닥터들이 환자들에 어떤 것을 신신당부할까요?

☞베스트닥터들이 환자들에게 전하는 말


오늘의 음악

첫 곡은 송창식이 미당 서정주의 시에 곡을 붙인 ‘푸르른 날’입니다. 둘째 곡은 1902년 오늘 태어난 시인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죠? 항공대의 그룹사운드로 배철수가 이끈 활주로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입니다.

  • 푸르른 날 – 송창식 [듣기]
  •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 활주로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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