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공백 없게 하라” 하지만 처우는…

[기자 칼럼]

[사진=opolja/gettyimagesbank]
전공의 집단휴진에 대한 정부의 엄정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 이후, 수련병원 현장조사를 지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1~2차 현장조사를 통해 수도권 30개소, 비수도권 10개소에 대한 현장조사가 진행됐고, 오늘과 내일 비수도권 수련병원 10개소에 대한 3차 조사가 시행된다.

또한, 환자단체연합회·대한법률구조공단 등 공공기관과 합동으로, 집단휴진 피해환자들의 의료상담과 법률상담 등을 지원하는 ‘집단휴진 피해신고·지원센터’도 운영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필수의료’ 공백이 없도록 비상진료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정부의 현장조사도 수도권 수련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를 필요로 하는 영역의 의료진이 첫 대상이 됐다. 정부가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은 필수의료가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필수의료와 연관된 진료과에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투철한 직업적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는 사실에 반문하는 의료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명목으로 강압적 희생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필수의료에 참여하는 의사들도 적정한 보상을 요구할 사권을 가진 개인이다. 업무 강도와 위험도에 비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다면, 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필수의료는 명확한 사전적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응급환자나 중증환자, 분만을 앞둔 임산부, 투석을 필요로 하는 환자 등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분야를 통칭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통적인 주요 과목인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과 중증환자가 많은 신경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의 과목을 포함하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같은 의학 분야에 종사하는 의료인은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의식이 필요하지만, 문제는 이에 걸맞은 ‘근로 인센티브’의 혜택이 주어지는가의 여부다. 적정 보상과 혜택이 주어졌을 때 근로의욕이 향상 된다는 사실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의사도 하나의 직업군으로서, 적정한 인센티브의 대상이 될 자격이 있다.

하지만 의료 사고와 소송 위험이 높고 업무 강도가 센 의료분야는 그 어려움에 비해 의료수가가 낮고, 이로 인해 기피과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협은 정부가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를 우선 처벌하는 방식에 대해 “안 그래도 쓰러지고 있는 필수의료에 국가가 공인하는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라며 “무거운 책임, 적은 보상, 낮은 처우, 높은 사고와 소송 위협을 견뎌야 하는 것에 더해 국가의 통제와 처벌 대상 1순위”가 됐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업무 복귀를 하지 않는 이유를 31일 재차 밝혔다. 코로나19의 엄중한 시국을 고려해 코로나 대응 등에 적극 나서기로 공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수의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 불복에 대한 형사고발을 단행했다는 이유다.

의사가 스스로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갖고 희생하는 것과 ‘공공재’처럼 강요돼 희생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그 의료 결과물 역시 분명 다를 것이다. 성급한 정책 추진보다는 의료수가 정상화 등 필수의료 인력을 위한 의료 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의 정책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고, 붕괴된 부분은 수리하고, 발전적 성장은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의·정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사료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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