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딸의 눈물 “부자 환자만 살 수 있나요?”

[사진=andrei_r/gettyimagesbank]
“항암 치료제 급여(건강보험 적용)가 되지 않아서 약값만 매달 1000만원이 나갑니다. 아빠의 약값을 위해 이미 집까지 팔았고 이제 더 이상 여력이 없어요. 우리 가족은 지금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약값만 대면 아빠를 살릴 수 있는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항암제 급여화를 촉구하는 게시물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병원 치료비와 수술비, 각종 교통비도 부담이지만 엄청난 약값으로 인해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 파산 상황을 맞고 있다는 내용이다.

“좋은 신약이 나오면서 돈이 있으면 말기 암 환자도 살릴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부자 환자만 살 수 있는 이 상황이 너무 참담합니다. 앞으로 누구나 암 환자가 될 수 있는데, 환자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근 암 환자와 가족들이 코로나19 위기 국면을 무릅쓰고 마스크를 쓴 채 면역항암제의 건보 급여기준 확대를 촉구하는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면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그런데 제약사들은 높은 약값을 원하고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양보 없이 대치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에 항암 신약 출시를 기피하고 있어 중증 암 환자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급여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정부가 약값을 너무 낮춘다는 주장을 하면서 아예 신약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의 재정을 살필 수밖에 없다. 심평원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해 해당 약품의 임상적 측면의 유용성과 필요성을 검증한다. 제약사에서 제시한 가격에 대해 효과 대비 비용도 따진다. 약값이 너무 비싸 효과에 비해 경제적인 효율성이 떨어지면 보험 적용이 미뤄진다.

항암 신약의 가격 문제로 인해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잇따라 늦춰지면서  암 환자와 그 가족의 좌절감이 깊어지고 있다. 수년째 정부와 제약사들이 줄다리기만 반복하면서 암 환자들은 극단의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월 1000만원이 넘는 약값을 그대로 부담하거나 아니면 가족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환자의 건강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1년에  1억원이 넘는 약값은 보험이 되면 연간 500만원 수준이 된다. 서민들도 암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는 금액이다.

까다로운 급여기준을 개선하고 단계적인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은 먼저 급여 후 신약을 평가하는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약품 경제성 평가의 효율성을 우선 따지고 있어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우리도 사후 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제도를 간소화해서 건강보험 등재기간을 단축하자는 논리이다. 그래야 싼 신약을 공급해 한시가 급한 암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있어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암 환자가 생기면 직계가족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치료 과정의 어려움 뿐 아니라 이내 경제적 부담과 마주하게 된다. 약값만 지불하면 가족을 살릴 수 있는데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엄청난 약값을 몇 년간 부담해야 한다면 절망감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남의 일로 알았던 메디컬 푸어(Medical Poor)라는 말이 자신에게도 적용된다면 눈물을 떨굴 수밖에 없다. 치료비 때문에 집을 팔고 사채를 쓰면서 남은 가족이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 자녀의 경제적 부담을 걱정해 신약 치료를 거부하는 부모 환자는 더욱 안타깝게 한다.

암은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 중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암 발생 빈도도 매년 2.5%씩 증가해 4인 가족 중 1명이 암으로 진단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암 환자가 넘쳐난다. 가족 중 누구나 암으로 고통받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어쩔 수 없이 암과 동행해야 한다. 우선 암 예방 생활습관을 실천하고 건강 검진을 생활화해 혁신 신약이 필요한 3-4기 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막상 암 환자가 되면 자신의 고통보다 비싼 약값으로 가족들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는 죄책감을 벗게 하는 것도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중증 암 환자에게는 보다 싼 가격으로 신약을 공급할 수 있는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찾고, 환우 모임을 통해 목소리라도 전하는 일이 바로 나에게도 닥칠 수 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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