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허파를 돼지가 살린다 (연구)

[사진=Tsekhmister/gettyimagebank]
이식 수술을 위해 기증한 폐의 80%는 폐기된다. 예민한 장기인 폐가 쉽게 손상하는 탓에 적출 후 이식에 부적합해지기 때문이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교와 컬럼비아 대학교 연구진이 이식용 폐의 적합도를 올릴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돼지의 순환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뇌사자가 기증했으나, 이식 수술에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인간의 허파 6개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허파에 인공호흡 장치를 붙여 ‘호흡’이 가능하게 만든 뒤, 살아있는 돼지의 목 부위 혈관을 연결해 혈액을 공급했다.

24시간이 지나자 과학소설(SF)에서나 볼 것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식 수술 부적합 판정을 받을 정도로 손상된 폐들이 건강한 핑크빛을 띄며 소생했던 것.

이제 연구진은 돼지 대신 사람을 이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적출된 폐에 인공호흡기로 산소를 공급하고, 인간의 혈액을 순환시킨다면 손상 부위를 회복시킨 후 이식 수술을 진행할 수 있으리란 구상이다.

이번 실험에 학계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욕대학교 의대 폐 이식 센터의 재커리 콘 박사는 “폐 이식술을 한 단계 진보시키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인디애나 대학교의 데이비 로에 박사는 이런 방법을 임상에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밴더빌트 대학교 매튜 베케트 박사는 “폐 이식의 경우, 20%에 불과한 기증 장기 사용률을 40%까지만 끌어올려도 수술을 받기 위한 대기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폐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한 자격 요건은 엄격하다. 기증된 장기가 워낙 적고 그중에서도 적합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대부분 병원에서 70세 이상 노인이나, 허약한 사람 등 이식 수술의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적은 사람은 아예 이식 대상에서 배제한다.

이번 연구(Xenogeneic cross-circulation for extracorporeal recovery of injured human lungs)는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이 게재하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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