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진료, 되는 경우와 안 되는 경우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에 원격진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정부와 의사단체, 그리고 시민단체 간에 서로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전화진찰을 통한 원격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전화진료가 허용되지 않던 시절에도 1회 이상 진료를 받고 약 처방을 받은 적이 있는 환자들을 전화로 문진한 다음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의 위임을 받은 약사나 환자에게 직접 교부하는 행위는 불법적인 행위일까? 이런 행위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금하고 있는 원격의료이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이런 의료행위는 대면진료만 하지 않았을 뿐으로 전화를 통해 충분히 환자상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편의를 위해서 시행하는 의료행위로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최근에 유사한 사례가 법원에서 판결이 나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산부인과 전문의 A는 자신에게 과거에 1회 이상 진료를 받고 살 빼는 약 처방을 받은 환자들을 전화 진료하고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했다. 검찰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였다는 이유로 A를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가 직접 진찰하지 않고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행한 것은 의료법을 위반이라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이 규정은 헌법에 합치된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 2012.3.29. 선고 2010헌바83결정)

하지만 대법원의 의견은 달랐다. 대법원은 의료법에서 규정한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조항은 스스로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은 아니라고 보았다. 전화진찰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자신이 진찰하거나 직접진찰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고, 직접진찰은 처방전 등의 발급주제를 제한한 규정으로 진찰방식의 한계나 범위를 규정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유죄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2013.4.11. 선고 2010도1388판결).

다른 사례로 의사B가 의료기관에 없는 상태에서 기존에 진료를 받아오던 환자가 내원하자, 간호조무사에게 전화로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전을 발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간호조무사가 처방전을 출력하여 환자에게 교부한 사안에서, 원심은 위 행위가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의사B가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고 지시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방전 기재내용은 특정되었고, 그 처방전의 내용은 간호조무사가 아니라 의사B가 결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 2020.1.9. 선고 2019두50014 판결)

하지만 다른 사건에서 의사 C가 이전에 환자를 대면하여 진찰한 적이 한번도 없고 전화통화 당시 환자의 특성을 알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통화만으로 플루틴캡슐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의사 C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였다. (대법원 2020.5.14. 선고 2014도9607판결)

위의 판결들은 원격진료가 허용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필요에 따라 약을 반복적으로 받는 재진환자인 경우 의사 자신이 직접 또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통한 전화진료 및 처방전발행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그렇다면 의사가 전화로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전을 발급하고 건강보험공단에 이에 대한 진료비를 청구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최근에 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의사 D는 자신이 운영하는 정신과 의원에서 전화통화로 환자를 진료한 뒤 처방전을 발급하였지만 마치 내원해 진찰한 것처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혐의로 사기죄로 기소됐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의료법이 금지하는 것은 스스로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대면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모두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며 전화진찰도 직접진찰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의사D가 전화로 진찰을 하였지만 내원하여 진찰을 한 것처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즉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급여대상은 ‘내원하여 대면하여 시행한 진찰’만이 포함되고 전화진찰이나 이를 통한 약제비 지급은 요양급여대상으로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화진찰을 한 것을 마치 직접 병원에 내원하여 진찰한 것처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일종의 기망행위라고 하면서 의사의 사기죄를 인정하였다. (대법원 2013.4.26. 선고 2011도10797 판결)

위의 판결들을 정리하면 비록 원격의료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도 필요에 따라 약만 받는 재진환자인 경우에 부득이하게 전화나 화상으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전을 발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초진환자의 경우 전화진료는 해서는 안되며. 비록 재진환자를 전화진료를 통해 처방전을 발급하였다면 이에 대한 비용을 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하는 것은 사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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