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선보인 날, 고마워해야 할 까닭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16호 (2020-05-25일자)

비누, 여성 어깨 가볍게 하고 인류 위생 바꾼 발명품

 

1947년 오늘 서울 서소문의 한 공장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비누가 만들어졌습니다. 독일의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가 “한 국가가 소비하는 비누의 양은 그 문명의 척도”라고 말했는데, 우리나라도 스스로 비누를 생산함으로써 문명이 꽃 필 씨앗이 뿌려졌다고나 할까요?

당시 만들어진 무궁화 세탁비누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비누 경쟁체제에 들어섰습니다. 1956년 애경유지가 미용비누 ‘미향’을 만들었고, 천광유지 ‘밍크비누,’ 동산유지 ‘다이알 비누,’ 럭키의 ‘데이트 비누’ 등이 인기를 끌며 비누가 필수생활용품이 됐지요.

비누는 기원전 2800년경 바빌로니아인이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고대 로마인이 사포라는 언덕에서 양을 태워 제사를 지낸 뒤 동물기름과 재로 세탁을 했더니 때가 빠졌다고 해서 사포가 영어 ‘Soap’의 어원이라고 합니다.

18세기 프랑스의 루이 16세는 비누 개발에 상금을 걸었고, 화학자 니콜라스 르블랑이 인공소다를 만들어 비누 대중화에 기여합니다. 영국에서는 이용사 엔드류 피어스가 피어스 비누를 만들어 미국에서까지 히트를 칩니다. 19세기엔 벨기에의 화학자 에르네스트 솔베이가 소금과 석회석을 섞어 오염물질 없이 소다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서 엄청난 돈을 법니다. 솔베이는 자신이 번 돈을 모두 기부해서 유럽의 물리, 화학자들 연구자금에 쓰게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록이 많지 않지만, 신라 때부터 한말까지 팥가루를 빻아 가루로 만든 ‘조두’가 얼굴에 바르는, 고급 세정제로 쓰였다고 합니다. 민가에선 콩깍지 삶은 물, 창포 우린 물을 사용하거나 고운 쌀겨를 무명주머니에 담아 문질렀다고 하고요.

중국에서 잿물에 응고제인 풀즙, 밀가루를 섞어 만든 ‘석감’이 비누로 쓰였는데 우리나라에서도 1930년대 비누를 석감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옷의 때를 빼기 위해 콩깍지잿물, 창포뿌리 말린 가루, 토란 삶은 물 등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 일제강점기에 인공소다가 들어오면서 수공업 형태로 가루비누가 만들어졌는데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그 양잿물에 쓰였습니다.

식물의 재를 태운 잿물은 단백질을 녹이는 성질이 있고, 때를 섬유에서 분리하는 성질이 있어서 세탁이나 세정에 썼지만 일반 서민이 사용한 것은 최근사의 일입니다.

영화에서는 왕족이나 귀족 여성이 목욕 때 비누를 사용하지만 ‘눈요기’일 따름입니다. 특히 서양에서는 목욕 자체가 큰 사치였습니다. 16~17세기 엘리자베스 1세는 한 달에 한 번 목욕했는데 사람들로부터 결벽증이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향수가 발달한 것도 이런 문화와 관계가 있겠지요. 동양에서도 깨끗한 몸과 옷을 유지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잿물로 옷을 빨아서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겠습니까?

비누는 현대문명의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코로나19 때 그 위력을 실감하지 않았나요? 요즘 만나는 의사들마다 사람들이 비누로 깨끗이 손을 씻는 바람에 병원의 환자가 격감했다고 합니다.

한때 비누의 계면활성제 성분의 위해성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 특정 업체의 마케팅 결과입니다. 적정하게 사용하고 제대로 씻어내면 무해하다는 것이 지금까지 과학자들의 결론입니다. 손을 씻을 때에는 물을 조금만 묻히고 구석구석 충분히 거품을 내고 거품이 사라질 때까지 씻어주고, 세제는 용법을 맞춰서 사용하면 됩니다.

오늘은 여성의 시간을 아껴주고, 인류의 위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비누의 고마움에 대해서 느껴보시는 하루가 되시기를, 그래서 비누 거품 씻어내고 상쾌한 기분처럼 즐거운 한 주 시작하시기를!


[대한민국 베닥] 골육종 환자의 희망 전대근 과장

 

뼈와 관절, 근육 등에 생기는 골연부종양의 베스트닥터로는 원자력병원 전대근 과장이 선정됐습니다. 전 과장은 공대나 자연계에 가면 수학 잘하는 친구들과 경쟁해서 이길 자신이 없어 의대에  갔을 뿐이라고 얘기하지만, 온몸에서 환자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의사입니다.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살렸고, 다른 병원에서 생명을 위해서 잘라야 한다는 다리를 지킨 경우도 숱합니다. 대학 소속이 아닌데도 혼자서 세계적 학술지에 숱한 논문을 낸 것도 경이로운 일입니다. 환자의 경제사정까지도 챙기는 의사로 골육종 치료성공률 향상에 크게 기여한 의사입니다.

☞‘골연부종양 대부’ 전대근 과장 스토리 보기


오늘의 음악

지난주 소개하려다가 놓친 음악 두 곡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를 헤르베트 폰 카라얀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준비했습니다. 샨탈 챔버랜드가 부르는 샤를 트레네의 대표곡 ‘La Mer(바다)’ 이어집니다.

  •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 카라얀 [듣기]
  • La Mer – 샨탈 챔버랜드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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