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5~10년 걸리는 백신 개발, 어떻게 1년 안에 이룰까?

[사진=NeoLeo/gettyimagesbank]
일반적으로 백신을 만드는 덴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은 올해 안, 늦어도 내년까지는 만들겠다는 게 보건당국과 제약사들의 목표다. 이처럼 짧은 기간 안에 백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유는 뭘까?

지구상에 전염병이 대유행한 것은 코로나19가 처음은 아니다. 1572년 창궐했던 흑사병, 기원전 3000년 전 등장해 1979년 백신으로 종식된 천연두, 20세기 초반 수백 만 명이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 등이 대표적인 팬데믹 사례다. 콜레라는 무려 7차례나 팬데믹을 일으켰다.

하지만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실감할 수 있는 가장 큰 전염병은 코로나19다. 현재 전 세계 480만여 명이 감염됐고, 32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코로나19는 인류의 마지막 팬데믹이 아닌, 21세기 팬데믹의 포문을 연 전염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유사 케이스가 발생했을 때를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백신 개발이 중요하다. 대개 전염병에 감염되면 증상들을 경험하고 낫는 과정에서 면역이 생긴다. 항체, 세포독성T세포, 헬퍼T세포 등이 만들어지는 면역반응으로 재감염을 방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면역반응을 흉내 내면 백신을 만들어 감염을 막을 수 있다.

– 백신 개발 기간은 보통 5~10년, 실패율은 93%

올바른 면역반응이 일어나도록 백신을 디자인하고, 무엇보다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임상 1~3상을 거쳐 이러한 부분들을 확인하는데, 이 과정이 단 시간 내에 이뤄지지 않는다. 국제백신연구소 제롬 김 사무총장은 ‘바이오코리아 2020’ 코로나19 세션 기조연설에서 “보통 상황이면 5~1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백신 하나를 개발하는데 5억~15억 달러가 든다. 실험실에서 3상 임상시험과 FDA 승인을 거치는 동안 백신 개발에 실패할 확률은 93%”라며 “큰돈을 들여 어렵게 개발하고도 실패율이 높으니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백신 개발 위험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양산할 수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1상에서는 50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주로 안전성을 검사하고, 2상에서는 표적집단 700명을 대상으로 실제 백신을 사용해 백신이 의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지 면역원성을 살핀다. 3상은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고, 이러한 기준들을 충족했을 때 백신 허가가 난다. 그 과정에서 일이 지연되기도 하고 문제가 발생하기도 해 백신 결과물을 보기가 쉽지 않다. 에볼라 사태로 더욱 분명해진 것은 발병 기간 내에 백신이 완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에볼라는 발병 9개월 후 유행이 잠잠해졌고, 백신 개발에 대한 제약사들의 관심도 멀어졌다.

[사진= 18세기 소에서 뽑은 면역물질을 이용한 천연두 백신이 등장하며 사람들은 몸에서 소가 자라나지 않을까 걱정했다.]
– 임상 줄이고, 기존 백신 활용해 개발 기간 단축…엄격한 검증 필요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제약사들이 6~18개월 이내에 만들겠다는 목표치를 잡고 있다. 이처럼 시급한 상황에서도 똑같은 임상시험을 거치기 때문에 이에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기간을 단축하려면 임상 1/2상처럼 1상과 2상을 합쳐 하나의 단계로 만든 뒤 효능을 확인하는 방법 등이 있다. 대신 기존보다 안전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안전성이 떨어지는 만큼 백신을 맞은 환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중요하다. 제롬 김 사무총장은 “백신을 맞은 피험자들이 추후에 알 수 없는 부작용을 겪지 않도록 백신을 맞은 후 3~4년간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4월 말 기준 현재 코로나19는 100개가 넘는 백신이 임상 개발되고 있다. 8개는 이미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제롬 김 사무총장에 의하면 백신 개발 역사상 신종 병원균에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백신이 개발되는 전례는 없었다.

전염병 퇴치는 비용 손실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21세기 전염병으로 인한 금전적 손실은 1조 6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이미 메르스로 100억 달러 손실을 입었고, 동아시아는 사스로 400억 달러, 에볼라로 서아프리카는 60억 달러의 금전적 손실이 있었다. 코로나19는 이미 수 조 달러의 손실을 입혀 세계은행의 추정치를 넘어선 상황이다. 총 손실액과 최종적인 인명피해, 사회적 손실의 정도도 가늠하기 어렵다.

따라서 비축된 자금이 있어야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이 출범하며 10억 달러 이상의 기금을 모금했다. 이러한 자금들을 바탕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비축해두어야 다시 유행병이 발생했을 때 백신을 시험해 안전성과 효능을 빠르게 타진해 나갈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전례 없는 전 세계의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미 100개국이 렘데시비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리토나비르, 베타 인터페론 등의 백신을 협력 하에 시험 중이다.

임상 데이터가 많이 모일수록 임상시험 기간은 더욱 단축된다. 그래서 메르스, 지카 등의 기존 백신이 다시 언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동물독성시험 단계 등을 건너뛰고, 수 개 월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짧아진 스케줄에도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은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 백신을 개발하는 동안 쥐 등의 동물모델도 활용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검증이 중요하다. 18세기 천연두 백신을 최초로 접한 사람들은 우두 백신을 맞으면 팔에 소가 자라나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이처럼 필요 이상의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결과적으로 백신은 천연두 종식을 위한 필수 요건이었던 것처럼 코로나19도 감시위원회 등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철저히 검증하며 빠른 시간 내에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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