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의 新패러다임은 ‘코 세척’”

[사진=tomozina/gettyimagesbank]
한 번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의 흔적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애초에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방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새로운 방역 패러다임으로 ‘코 세척’이 주목된다.

코로나19는 아직 확실한 치료법이 없고, 백신 개발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은 방역이다. 지금까지 개인 차원에서의 1차 방역은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였다면, 보다 탄탄한 방역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2차 방역에는 ‘코 세척’을 더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 감기 안 걸려도…콧속에서 다수의 호흡기 바이러스 검출돼

‘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지(Annals of Allergy, Asthma & Immunology)’에 실린 2013년 논문에 의하면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다수에서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알레르기 비염이 없는 환자 61명 중 15명, 알레르기 비염 환자 58명 중 25명이 콧속에 호흡기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었다. 같은 해 ‘미국 미생물학회지(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에 발표된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연구팀의 논문에서도 부비동염(축농증) 환자의 점막에서 여러 종류의 호흡기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정상인은 8%, 부비동염 환자는 20%까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 논문들은 최근 감기 병력이 없는 사람들의 코 점막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했다. PCR 검사 등을 통해 부비동염이나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물론 이러한 질환이 없는 대조군에서도 적지 않은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는 “감기, 인플루엔자, 코로나 바이러스 등은 한 번 들어오면 흔적이 오래 남는다”며 “죽은 바이러스 시체들이 클리어링되지 않아 발견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상피세포에 남아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콧속 점막을 긁어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PCR 검사는 바이러스를 시료에서 키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민감도도 떨어지는 기존 검사에 비해, 검사 시간이 짧고 민감성이 높은 유용한 검사법이다. 하지만 PCR 검사를 통해 죽은 바이러스가 증폭돼 발견되기도 하고, 미량의 바이러스 RNA를 검출하는 검사법이다보니 완치 판단을 내리는데 기술적 한계도 따른다.

결국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진단검사도 중요하고, 치료제 및 백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방역 체계를 보다 탄탄히 구축하는 것이 즉각적인 실효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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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 세척하면, 박테리아·곰팡이 등 눈에 띄게 줄어

지금 당장 실천 가능한 방역 수단은 많으면 많을수록 방역 체계가 더욱 탄탄해진다. 이와 관련, 새로운 방역 패러다임을 구축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여지가 있는 연구가 눈에 띈다.

지난 2011년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연구팀이 ‘미국 코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rhinology & allergy)’에 발표한 논문이다. 이 논문은 코감기 환자의 코점막 상피세포에 저농도 차아염소산(HOCI) 용액을 주입해 발생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코점막 상피세포에 있는 리노바이러스(가장 흔한 감기 바이러스)가 차아염소산 세정을 통해 대부분 사멸되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다. 리노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 12시간 간격으로 5분씩 세 차례 치료한 결과다. 이 같은 강력한 살균력은 감기 환자의 임상적 증상을 개선하고, 감기나 독감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차아염소산 치료는 현재 박테리아, 곰팡이 등에 모두 항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람에게 주입 가능한 수준으로 농도를 조절을 했을 때의 안전성도 입증됐다. 따라서 코로나19 감염자에게도 이러한 항바이러스 치료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장용주 교수는 “차아염소산이 세포 내에 증식한 바이러스까지 죽이지는 못하지만 세포 껍데기로 나온 바이러스를 죽이는 효과는 있다”며 “폐 점막까지 이른 바이러스는 항바이러스제와 항염증 치료가 필요하지만, 코 점막에 머무는 바이러스는 차아염소산 세척으로 바이러스를 사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치료법은 무엇보다 감염환자의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확산시키는 것을 막는 예방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장용주 교수는 “차아염소산으로 코 점막을 씻어주면 점액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바이러스의 양이 줄어 전염 리스크를 낮추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개인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방역 수칙이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이라면 2차는 하루 2~3번 코 세척하기를 고려해볼 수 있다. 인플루엔자나 리노바이러스 등에 대한 효과를 확인한 차아염소산 치료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얼마나 죽일 수 있을지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하지만 세균과 곰팡이를 거의 사멸시킨다는 기존 연구들을 통해 점막에 존재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거의 사멸 가능할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우리 몸에 유해하지 않은 농도로 코 점막에 차아염소산 용액을 주입하는 치료가 일상화되면,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더욱 낮추는 보다 견고한 방역 패러다임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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