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95호 (2020-03-05일자)

코로나19, 시스템은 잘 돌아가는데?

 

[사진=sittithat tangwitthayaphum/gettyimagesbank]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전국 5000명을 훌쩍 넘겼고, 서울도 100명을 넘겼습니다. 전국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고, 세계적으로는 한국인 입국 금지국가 100개국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포털 사이트에서는 벌써 코로나19에 대한 뉴스가 사라지고 있고, 그나마 ‘주요뉴스’는 신천지 교주의 시계, 전 총리 아들의 실언 등 여줄가리가 대부분입니다.

지난 월요일, 보건안보 측면에서 국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오늘은 지금 재난 시스템에 대해서 쓴 소리를 해야겠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외국 언론이 우리 정부의 대책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데, 확인해보니 마치 황우석 사태 때 외국 언론의 주제와 관련 없이 한 줄 한 줄을 찾아서 응원하던 것이 떠오릅니다.

언론이 대통령의 긴급명령권 이슈에 대해 눈을 감은 것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대구시장이 대통령에게 긴급명령권을 요청했다가, 하루 뒤 법률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고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는데, 많은 시사점을 던지는 사건이었습니다.

권영진 시장은 대통령에게 긴급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3000병상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가 청와대에서 헌법 제76조 2항을 들어서 난색을 표하니까, 국무회의에서 법률 검토 부족에 대해서 사과했지요. 76조 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으니까요.

그런데 76조 1항은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이것도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라는 조항 때문에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을 둔 취지는 독재 체제에 대통령이 야당을 무시하고 명령권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고, 지금 긴급명령권은 야당도 원한 것이어서 불가능해보이지만은 않습니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실시할 때 긴급명령권을 발동한 적이 있습니다.

이 조항은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이 필요 없게끔, 국회에서 긴급한 위기를 해결하라는 암묵적 조항이기도 한데, 치열하지 못한 국회에 대해 지적하는 언론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서 야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무지해서인지, 지금 정부가 어떤 시스템으로 이 위기를 관리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국가의 재난을 통제하는 기본 법률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르면 ‘감염병 재난’은 분명한 사회재난입니다. 감염재난에 대해선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사태를 선포하게끔 돼 있습니다. 또 총리 또는 행정안전부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서의 역할을,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중앙 및 지역 대책본부장은 관련 기관에 민방위대 동원, 비축 장비 징발, 국방부장관을 통한 군부대 지원 등을 요청할 수 있는데 제대로 되고 있기만을 빕니다. 다만, 중앙대책본부장은 서울이나 세종시에서 각 부처의 장관들에게 상황을 보고받고 인적 물적 동원을 지시 감독해야 할 것인데 왜 대구에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일부 언론에선 우리 정부가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가요? 저와 의견을 나눈 대부분의 보건 전문가들은 의료진이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고 치료하기 위해 체육관이나 대형전시관에 경증환자를 수용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던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 경증환자를 수용할 임시병원을 지으려면 바이오 모니터가 필요한데, 미국은 4만개의 비축분이 있지만 국내 비축분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제적으로 인력과 장비를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알려야 민간에서도 준비를 할 것인데….

마스크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40조3 1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제1급감염병의 유행으로 그 예방ㆍ방역 및 치료에 필요한 의약외품, 의약품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물품의 급격한 가격상승 또는 공급부족으로 국민건강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그 의약외품 등의 수출이나 국외 반출을 금지할 수 있다’로 규정돼 있는데, 왜 지금까지 우물쭈물하며 법에 충실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재난안전법에는 총리나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의 전체 상황을 총괄하도록 돼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과 관련된 구체적 정책을 실행하고, 대구시장은 현장에서 준전시 상황을 지휘합니다. 총리는 이들을 조율하면서 현장의 요구상황이 실시간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요. 이런 체계가 원활하게 돌아가서 외국 언론의 박수를 받고 있는 건가요?

정부는 잘 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이 모른다면 이것 역시 문제입니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중보건위기 대비·대응체계 점검을 위한 합동외부평가(JEE)에서 우리나라가 조기탐지 분야는 4.82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의약품 지원 및 보건의료인력 파견은 3.5점, 위기 소통은 3.6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던 현실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셈이니까요.

총리는 빨리 서울이나 세종으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정부의 중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어려운 일을 하시기 빕니다. 현장의 공무원과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의 피땀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음악

오늘은 한 곡만 준비했습니다. 2016년 천국으로 떠난 오스트리아의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카소비아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입니다.

  •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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