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가 낳은 아기, 누구의 아기인가?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우리나라에서 출산율이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데도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보조생식술의 발전은 자연적인 방법으로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아이를 가질 수 있게 하였다. 많은 보조생식술 중에서 대리모를 통한 아이출산은 세계적으로 일치된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많은 주(모든 주는 아님), 우크라이나, 영국, 러시아, 그리스와 같은 일부 국가들은 대리모를 통한 임신이나 출산이 합법화 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와 독일과 같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같이 대리모출산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나라에서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를 가지고 대리모의 몸에서 태어났다면 누구를 이 아이의 부모로 인정해야 할까?

자연적으로 아기가 생기지 않던 한 부부가 2016년 미국으로 건너가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를 수정하고는 대리모에게 착상시켰다. 그리고 2017년 미국의 한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 이 병원에서 발행한 출생증명서에는 대리모가 태어난 아기의 엄마로 기재되었다. 이후 이 부부는 태어난 아기를 2017년 서울 종로구청에 출생신고를 하면서 출생신고서에 남편을 아이의 아버지로, 아내를 엄마로 기재하였다. 하지만 해당구청의 가족관계등록 공무원은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엄마의 인적사항이 아내의 인적사항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출생신고수리를 거부하였다. 이에 당사자 부부가 해당 구청장을 상대로 출생신고 불수리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신청각하결정을 내렸다. 부부는 법에 따라 출생신고서에 출생증명서를 첨부하였고, 영리목적으로 대리모계약을 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생식세포를 사용하여 생성된 배아를 가지고 대리모가 임신과 출산을 대신하는 것을 우리나라 법에서 금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1심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우리 민법에서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여야 하고, 출생신고서에서 엄마의 정보와 출생증명서에서 엄마의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출생신고가 수리되어서는 안되며, 대리모가 우리 법령의 해석에서 허용되지 않고 대리모 계약은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은 무효’라는 민법 103조를 근거로 기각을 결정했다. (서울가정법원 2018.5.9. 2018브15 결정)

대리모계약은 윤리적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킨다. 대리모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대리모는 아이를 상품과 같이 매매하는 것이자 여성을 임신과 출산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다고 주장한다. 또 대리모 출산을 위하여 금전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여성을 상품화하는 것으로 이는 현재 선량한 풍속 및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대리모출산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외국에서 합법화되어 있으며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방법이지만 아이가 이미 태어났기 때문에 인간이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대리모금지라는 가치를 관철하기 위해 인간의 기본권인 아이가 부모를 가질 권리를 희생시켜서는 안되며 대리모에게 아이의 양육 의사와 양육능력이 있는지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참고로 미국 연방대법원의 경우 대리모에 대한 합의에 사기, 강박, 궁박한 사정 등의 하자가 있다면 이는 대리모의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의뢰인들의 부모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법령에서는 대리모 시술을 매개하거나 실행하는 사람에 대한 형사처벌은 존재하지만 대리모출산을 의뢰한 부부나 대리모를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불어 대리모 출산여행을 막을 근거도 없다. 이때문에 앞으로 대리모 제도를 인정하는 국가로 가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리모 문제에 대하여 단지 불법이라고 법의 사각지대에 내몰기 보다는 대리모 문제를 좀 더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법을 찾도록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의뢰부부는 대리모출산에 대한 처벌을 받을까? 그리고 대리모에게 낳은 아이를어떻게 법적으로 자신의 자식으로 만들 수 있을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의뢰부부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다. 따라서 이 부부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가졌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은 받지 않는다. 다만 이 부부가 대리모로 출산한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리모의 아이로 출생신고를 하고, 이후 친양자 입양이라는 절차를 거쳐 부부의 아이로 변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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