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약도 먹는 순서가 있다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변비는 매우 흔한 증상으로 국민 질병(?)이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변비가 있으면 언제나 배에 뭔가 꽉 찬 듯 답답하고 묵직하다. 변비는 1주에 3회 미만 배변하거나 변을 보기가 힘들어 과도하게 힘을 주어야 하고 변이 너무 딱딱해진 경우를 말한다. 나이에 들면서 증가하는 경향이며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많이 발생한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어떠할까?

만성콩팥병, 특히 투석 환자들은 변비가 특히 흔하고 심하다. 그들은 변비가 잘 오는 모든 요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식이섬유의 섭취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어서 변비 해결에 도움이 되는 현미, 보리, 통밀은 칼륨과 인 때문에, 그리고 과일과 야채는 칼륨 때문에 먹지 말라고 한다. 다음에 물도 마음껏 못 먹는다. 부종이나 혈압 문제로 물을 많이 마시지 말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사량도 많지 않고 신체 활동도 모자라고 스트레스에 많이 시달린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는데 변비를 유발하는 칼슘이나 철분을 함유하는 약을 많이 먹는다. 또한 감기약에 함유된 항콜린제나 코데인 등 진해제도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변비가 잘 오는 요건이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위에 열거한 변비의 원인들을 쉽게 피하면 좋을 텐데 콩팥병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결국 필요시 변비약을 먹을 수밖에 없다. 변비약에 대해 공부해 보자.

변비약 (便祕藥, laxatives)은 하제 (下劑) , 또는 완하제(緩下劑)라고도 한다(표 1). 변을 무르게 하거나 설사를 하게 하는 약이라는 뜻이다. 변을 무르게 하는 기전에 따라서 팽창성 하제, 삼투성 하제, 자극성 하제 등으로 나눈다. (표 1)

표 1) 변비약의 종류

변비약도 먹는 순서가 있다. 일반적으로 팽창성 하제를 우선 사용하고, 반응에 따라 삼투성 하제와 자극성 하제를 순차적으로 사용한다. 여기에 하제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하는 유산균 제제를 추가로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첫째, 팽창성 하제는 말 그대로 변의 부피를 팽창시키는 약이다. 섬유소 성분인 차전자피(질경이 씨앗의 껍질)와 폴리카르보필 제제가 있다. 식이섬유 성분이 수분을 흡수해 변의 양을 늘려 변의를 느끼게 하고 변을 부드럽게 한다. 변의 양이 적고 딱딱한 경우에 효과적이다. 평소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한다. 둘째, 삼투성 하제는 장내 삼투압을 증가시켜서 변 쪽으로 수분이 모여들게 하는 설사약이다. 무기염류인 마그네슘염, 비흡수성 다당류인 락툴로오스, 고분자 화합물인 폴리에틸렌글리콜 등이 이에 해당된다. 단 마그네슘염은 고마그네슘혈증을 일으킬 수 있어서 만성콩팥병 환자는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극성 하제는 장 점막을 직접 자극해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도록 하고 장점막에서 점액 분비를 자극하여 변의 양을 늘리는 약이다. 단일제로는 비사코딜, 피코설페이트, 센노사이드 등이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위 하제를 공부한 대로 적절히 사용하되 마그네슘이 성분의 변비약만 피하면 된다. 그리고 변비약은 변비 증상의 완화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써야지 장기간 투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주일 정도 투여해도 증상의 개선이 없을 경우에는 투여를 중지하고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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