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산 중화제,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식약처에서 잠정 판매 중지를 발표한 ‘라니티딘’은 위산분비 억제제이다. 말 그대로 위산분비 억제제가 위산의 분비를 억제하는 제산제라면 분비된 위산을 중화하는 위산 중화제도 있다. 둘 다 속쓰림을 해결하는 주요 약제이다. 이 중 알루미늄 성분의 위산중화제는 장기 복용 시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수년 전에 알루미늄이 언론의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알루미늄 포일 위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때, 또는 라면을 알루미늄(양은) 냄비에 끓여 먹을 때 알루미늄이 녹아 나오므로 건강에 좋지 않다는 보도가 있은 다음이었다. 특히 염분이 많은 라면이나 김치찌개와 같이 산도가 높은 찌개를 양은냄비로 끓여 먹을 때 알루미늄이 용기에서 더 많이 녹아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 덧 붙여졌었다. 모두들 알루미늄과 건강에 대하여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집에서는 알루미늄(양은) 냄비는 아예 없어서 신경 쓸 일은 없었지만 그 이후에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알루미늄 포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식품, 약품, 식기 등을 통하여 알루미늄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알루미늄이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정상인에서는 몸에 들어온 알루미늄은 소변을 통하여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되므로 몸 안에 축적될 일이 별로 없다. 그러므로 자주, 장기간 노출되지만 않는다면 일반인에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알루미늄 노출은 가급적 줄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지만 만성콩팥병 환자가 아니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다. 특히 만성콩팥병 환자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필자의 전공의 시절에 많이 쓰인 제산제는 하얀 현탁액으로 된 위산 중화제였다. 현재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사서 먹을 수 있는 약으로 분류되어 있다. 위벽을 덮어서 속 쓰림을 해결해주는 약으로 종종 광고된다. 본 현탁액의 주성분은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이다. 알루미늄은 변비를 일으키고 마그네슘은 설사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 2가지를 적절히 혼합한 약이 더 많이 나와 있다.

어느 성분의 현탁액이건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알루미늄 현탁액을 장기간 먹으면 알루미늄 중독증에 걸리기 쉽다. 알루미늄 현탁액은 제산 목적 외에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인결합제로 과거에 많이 쓰였다. 알루미늄은 음식물에 함유된 인과 결합하여 불용성 화합물을 만들어 인이 흡수되지 않도록 한다. 그런데 이때 문제는 속이 쓰릴 때 한 두 번 먹고 마는 것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알루미늄이 소변으로 잘 배설되지 못하고 몸 안에 축적되기 쉽기 때문에 장기 복용 시 알루미늄 중독증이 잘 온다. 알루미늄 중독증은 알루미늄성 뇌증(치매) 및 알루미늄성 골증(골연화증)과 같이 뇌와 뼈에 심각한 이상을 초래하고 소구성 빈혈도 일으킨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알루미늄 현탁액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인 조절의 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만성콩팥병 환자가 마그네슘 현탁액을 많이 먹으면 고마그네슘혈증 발생이 쉽고 이때는 근마비, 호흡억제 등 심한 급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요컨대 만성콩팥병 환자는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이 함유된 현탁액의 장기 복용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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