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우면 빈혈 있는 걸까?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좀 어지러운데 빈혈이니 빈혈검사를 해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어지러움증이 있어서 약국에 가서 철분제를 사서 먹었는데도 어지러움증이 안 좋아진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어지러움증이 있으면 이것은 빈혈 때문이라고 지레짐작한다. 옳은 짐작인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도 빈혈은 흔한 증상 중 하나다. 그런데 빈혈이 있다고 해서 어지럽거나 하지는 않다. 빈혈이 있을 때 오는 증상은 쉬 피로하고 기운이 없고 운동을 할 때 숨이 쉬 찬다거나 하는 것이다. 얼굴이 창백해 보이고 눈꺼풀을 벗겨보거나 손톱이나 손금을 보면 핏기가 적다. 빈혈이 있다는 것은 혈중의 헤모글로빈 치가 낮다는 것이고, 헤모글로빈 치가 낮으면 조직에 산소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는 증상들이다. 연관된 증상으로 빈혈이 있으면 심장이 빨리 뛰며 심장이 박동하는 것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빈혈 치료가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심한 빈혈이 지속될 경우 심장에 나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심한 빈혈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좌심실이 비대해져 궁극적으로 울혈성 심부전을 일으킨다. 빈혈에 의한 심부전은 고심박출량 심부전이라고 한다.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빈혈은 에리쓰로포이에틴이라는 조혈호르몬 부족이 큰 역할을 하는데 이 호르몬제를 보충하면 빈혈이 호전되고 빈혈의 제반 증상과 심장에 대한 합병증도 좋아진다.

어지러움증의 주원인은 몸의 평형 유지에 관계하는 기관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이다. 2가지 대표적인 기관은 귀의 내이와 소뇌이다. 우선 내이의 경우 이석(耳石)이 있거나 메니에르병이 있을 때 어지럽다. 이석증이 있으면 이석이 내이의 세반고리관에서 돌아다니면서 어지러움증을 유발한다. 대개 머리를 한 방향으로 갑자기 움직일 때 순간적으로 어지러움증과 구토 증상이 오고 머리를 가만히 두면 이 증상이 바로 사라진다. 메니에르병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병일 수 있는데 이 병은 쉽게 표현하면 달팽이관 고혈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내이의 달팽이관에 내림프액 압력이 높아져서 잘 안 들리게 되고 어지러움증을 느끼는 질환이다. 내이 이상만큼 흔하지는 않으나 머리의 소뇌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에도 어지러움증을 많이 느낀다. 소뇌는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귀의 전정기관과는 형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간혹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눈이 핑 돌고 앞이 깜깜해지면서 몸의 균형을 잠시 잃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빈혈이나 몸의 평형기관 이상에 의한 증상은 아니고 기립성 저혈압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즉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 교감신경계의 작용에 의하여 뇌로 즉각적으로 혈액 공급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이 작용이 일시적으로 지연될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혈압약 중 알파 아드레날린 수용체 길항제 같은 혈압약은 기립성 저혈압이 자주 일으키므로 혈압약을 먹고 있는 사람은 본 약제 복용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요약하면 어지러울 때 빈혈을 생각하기보다는 기립성 저혈압이나 귀의 이석증, 또는 메니에르병과 나 소뇌의 이상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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