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수술, 음주운전만큼 강력한 처벌이 정답?

[박창범의 의사To의사]

[사진=Joa-Souza / shutterstock]
최근 한 병원에서 당직을 서던 전공의가 음주상태에서 환자에게 인슐린을 과다 투여한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국회에서는 음주의료행위에 대한 처벌을 음주운전에 준하게 강화하고자 하는 의료법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음주상태로 의료행위를 하면 면허취소와 함께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음주수술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2014년 한 병원응급실 사건일 것이다. 당시 집 바닥에 쏟은 물에 미끄러져 턱부위가 찢어진 아이가 부모를 따라 인근 대학병원의 응급실에 왔다. 그런데 부모가 보기에 담당 의사 A가 정상적이지 않았다. 걸음걸이는 비틀거렸고 수술하기 전에 당연히 껴야 할 수술장갑도 끼지 않았으며 수술장비 소독도 생략한 채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 바늘에 실을 꿰는 것도 한참을 헤맸다. 겨우 수술을 끝냈지만 엉성하게 봉합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부모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다른 의사가 와서 재수술을 했는데 당시 A에게서 술냄새가 심하게 나자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A가 음주하였다는 자백을 받았다.

A는 당시 응급실 당직이 아니었고 선배와 식사와 함께 반주를 하다가 상급자를 대신해 달려온 전공의 1년차였다. 1년차라고 하더라도 턱 봉합수술 정도는 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술에 취한 상태로 무리했다가 문제가 된 것이었다.

사건이 불거지자 해당 전공의가 소속한 병원은 전공의 A에게 파면결정을 내렸고, 보건소는 의사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해당과 주임교수는 보직에서 해임됐다.

현행법에 음주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음주의료는 의료법 제66조 및 의료법시행령 제32조의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의한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해 자격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음주수술의사로 인해 심각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술을 마시고 진료와 수술을 한 의사를 보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위 사건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적지 않다.

왜 1년차 전공의는 당직도 아니고 술도 마신 상태에서 상급자를 대신해서 응급실로 갔을까? 당시 만연했던 의료계의 악습과 관련이 있다. 해당 전공의는 주 6일 당직에 하루 비번이 주어졌지만, 그나마 당일 저녁 6시까지 근무하고 다음날 새벽 6시 출근해야 하며 응급실 콜만 면제일 뿐, 병원 근처에 있어 병동콜은 받아야 하는 악조건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 만이 아니다. 당시에는 소위 100일 당직이라는 것이 있어, 신입 전공의들은 100일간 집에 못 들어 가고 병원을 지키는 경우가 허다했다. 또한 병원에 제출하는 당직일지에는 다른 전공의가 서도록 되어 있지만, 이와 상관없이 1년차 전공의가 풀당(Full 당직)을 서는 경우도 흔했다. 회식 때에 당직 전공의들도 참가하는 것은 당연시됐고, 교수나 선배가 술을 권유하면 전공의들은 당직이든 아니든 거부하기 힘든 때였다. 당시 이런 문화에서 음주의료행위는 종종 있어왔다.

당시 이런 문제점을 무시하고, 단지 문제를 일으킨 전공의만 해임한 시스템은 지금의 합리적 시각으로는 지극히 비정상적일 게다. 다행히 최근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 특별법)’이 시행돼 위 문제와 관련된 당직 문제나 수련환경은 많이 개선됐지만, 전공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과들이나 병원에선 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재 상정된 의료법 개정안은 문제가 없을까? 만약 위의 의료법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많은 의사가 있는 도시의 대형병원의 경우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섬이나 산간지방 등 의료 낙후 지역은 사정이 다르다.

의사가 1, 2명 있을 때 주민과의 친밀관계를 위해 또는 정규 근로시간이 지나고 나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술자리를 갖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 때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이 의사는 응급환자를 진료해야 할지, 말아야 하는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비행기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기내의 의사가 술을 한두 잔 마신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입원중인 환자가 갑작스러운 심정지가 발생하여 비상연락망을 통해 의료진을 소집하였는데, 병원 인근에서 당직기간이 아니어서 약간의 음주와 식사를 하고 있던 의사는 이 요청을 아예 무시해야 하는 지도 의문이다. 요즘 아침에 음주운전을 적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현실적으로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날 숙취가 깨지 않았다면 수술을 막아야 하는지도 답을 내리기 힘들다.

현재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위 의료법 개정안에 대하여 “술에 취한 상태의 정도는 다양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의료행위 역시 상담에서부터 전신마취를 필요로 하는 경우까지 다양한데 구체적인 기준이 부족해 일관성을 확보하는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고, 보건복지부도 “음주의료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협이 발생하였는지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음주의료행위를 불법성으로 인정하여 면허취소를 부과하는 것은 다른 행정처분기준과 형평성을 고려할 때 과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의사들도 병원의 근로자로서 업무시간 외에 개인으로서 여가시간을 자유로이 누릴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유무선으로 응급환자에 대비해야 하는 의료진은 자유로운 여행이나 여가활동과 함께 음주와 같은 많은 행위가 제한된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자유로운 휴일이나 휴게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된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병원에서 직장에서 응급상황을 대기하면 대기근로시간으로 인정해 금전으로 보상하고 있지만 휴게대기 즉, 집에서 응급상황에 대비해 대기하는 경우엔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단지 전화를 받고 병원에 온 경우에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서 보상한다. 많은 의사들이 응급전화에 대비하여 휴일이나 휴게시간의 이용에 많은 제한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은 거의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병원들이 당직을 서는 전공의나 전문의들이 음주를 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이와 함께 사회도 음주의료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률적인 규제와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또한, 우리 사회도 의사들에게 일방적 헌신이나 희생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응급상황을 대비하는 의사들에게 어떻게 적절히 보상해야 할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실질적으로 음주의료가 사라질 것이고, 그 이득이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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