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는 콩팥과 상극…잘 고르는 법은?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사진=Alliance-Images / shutterstock]
‘진통제를 먹으면 속이 쓰리다. 그러므로 공복 시에 진통제를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상식으로 통한다. 이러한 진통제의 위장관 문제를 없앤 새로운 소염진통제가 개발되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소위 ‘COX-2 억제제’라고 위점막 보호 효과를 가지는 소염진통제이다. COX (cyclooxygenase) 효소 중 통증 및 염증을 유발하는 COX-2 효소만 선택적으로 억제하고 위장관의 점막을 보호해주는 COX-1 효소는 억제하지 않으므로 위장관 문제가 없는 새로운 약제이다.

콩팥과 진통제는 상극임에도 불구하고 진통제가 콩팥기능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위장관을 보호하는 진통제가 있듯이 콩팥을 보호하는 진통제는 없을까? 불행히도 콩팥을 보호하는 진통제는 없다. 그러므로 콩팥병 환자가 진통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진통제가 콩팥에 미치는 영향을 잘 이해한 적절히 진통제를 선택하여야 한다.

진통제는 크게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 2가지로 구분한다. 모두 콩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해열진통제는 말 그대로 열을 내리고 진통효과를 보이는 진통제로서 아세트아미노펜이 대표적이다. 소염작용은 없다. 소염진통제는 진통 효과와 함께 항염작용을 한다. 아스피린, 부루펜, 디클로페낙, 폰탈 등 대단히 많은 약제가 여기에 속한다. 스테로이드도 소염진통제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소염진통제라 하면 대개 스테로이드와 구분하여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말한다.

소염진통제는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갑작스러운 콩팥기능 악화와 관계된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신기능이 잘 유지되던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갑자기 콩팥기능이 나빠졌다면 진통제 복용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또한 부종과 고혈압을 일으킨다. 부종이 갑자기 생겼다고 병원을 찾는 환자 중 많은 사람들이 진통제를 복용한 환자들이고 혈압 조절이 잘 되던 고혈압 환자에서도 갑자기 조절이 잘 안된다면 진통제 복용이 원인일 수 있다.

또 소염진통제는 고칼륨혈증도 악화시킨다. 이러한 문제들은 소염진통제가 신혈관 확장작용을 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의 합성을 억제하고 신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탈수가 있거나 고령이거나 콩팥기능이 감소된 사람을 더욱 괴롭힌다. 이렇게 부작용에 취약한 사람은 소염진통제 복용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다른 한편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도 콩팥병을 일으킬 수 있다. 과량의 아세트아미노펜을 아스피린과 함께 장기간 복용한 경우 ‘진통제 신증(analgesic nephropathy)’이라는 질병을 유발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콩팥에 침착되어 유두부 괴사를 일으켜서 육안적 혈뇨와 복통을 유발하는데, 약을 끊지 않으면 5~10년 후에 말기신부전에 빠질 수 있는 질환이다.

요약하면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해열 목적으로는 소염진통제보다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을 쓰는 것이 좋다. 진통 목적으로 소염진통제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단 트라마돌 같은 약한 마약성 진통제는 콩팥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잠시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다. 이럴 경우 마약성 진통제의 의존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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