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범 수사와 정밀의료의 공통점은?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vchal / shutterstock]
최근 경찰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살인사건의 유력한 범인이 뒤늦게 밝혀져 떠들썩하다.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DNA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사건 증거물에 남아 있던 가해자의 DNA를 확보해 같은 DNA를 가진 용의자를 알아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정밀의료가 4차 산업혁명의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별개의 두 문제에 공통점이 있다. 바로 DNA의 유전체 다형성(Gene Polymorphism)을 이용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유전체 다형성은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 우선 염색체(chromosome), 유전자(gene), 염기(base)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염색체는 일종의 DNA 다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22개의 상염색체(常染色體•암수에 동일한 염색체)와 1개의 성염색체가 짝을 이루어 총 46개의 염색체로 구성돼 있다.

유전자(gene)는 유전정보의 단위로 부모로부터 자식으로 전해지는 특징을 만들어내는 하나하나의 단위를 말한다. 이에 비하여 유전체, 즉 게놈(genome)은 어떤 생물이 가지는 유전자 전체를 합한 것이다. DNA를 구성하는 염기는 A(Adenosine, 아데노신), G(Guanine, 구아닌), T(Thymine, 티민), C(Cytosine, 사이토신)의 4개로 되어 있다. DNA는 이 4가지 염기의 다양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의 DNA는 모두 약 30억개의 염기로 구성돼 있고, 약 3만개의 유전자가 46개의 염색체에 담겨 있다. 모든 인간은 생긴 모습과 특질이 다른데 이는 각각의 인간은 조금씩 다른 유전자를 타고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인간의 경우라도 99.7%는 DNA가 동일하고 0.3%만이 서로 다르게 돼 있는데 이 차이가 모든 인간의 다양한 형질을 결정한다. 만약 염색체가 하나 더 있는 경우와 같이 변이가 너무 심한 경우는 다운증후군과 같은 선천성 질환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 작고 흔한 변이는 사람마다 다른 특성을 나타내게 한다. 이렇게 염기의 변이가 그 인구사회의 1% 이상에서 나타나는 흔한 변이를 가리켜 유전체 다형성(gene polymorphism)이라고 한다.

유전체 다형성은 크게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와 STR(Single tandem repeat, STR)로 나눌 수 있다. SNP란 유전자의 양은 같지만 염기서열 구성이 다른 부위이고 STR이란 2~7개의 짧은 염기서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부위이다. 이런 유전체 다형성은 실제로 개인의 특질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는 우리 몸의 30억 개의 염기서열 중에서 단지 약 3만 개 만이 실제로 이용되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는 부위가 유전체 다형성이 있는 경우 쌍꺼풀이 있거나 없고, 누구는 특정질환에 더 잘 걸리고 하는 개개인의 특질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은 부위에 유전체 다형성이 발생했다면 개개인의 특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개개인의 사람을 분리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이 유전체 다형성은 범죄현장에서 범인의 DNA 분석 및 정밀의료에서 사용되고 있다. 범죄현장에서 예를 들어 볼까?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했어도 모든 사람들의 약 30억 개나 되는 염기서열을 모두 비교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장에서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염기서열 중에서 유전체 다형성이 심해 변이가 자주 일어나는 부위 즉, 유전체 다형성 부위만을 골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면 유전적 차이를 확인해서 비교적 쉽게 개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유전자 다형성 부위를 분석하여 개인식별을 하는 것을 유전자지문이라고 한다.

이 유전자지문은 범죄자 검거나 친자확인과 같은 작업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즉, 범행현장에서 발견되는 혈흔이나 머리카락 등으로 DNA를 추출하고 용의자로부터 DNA를 추출하여 STR을 비교한다면 동일인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약 15개 내외의 STR을 조사하여 모두 일치한다면 친자관계 확률이나 범죄인 일치 확률이 99.99%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런 STR을 비교하여 1개라도 일치하지 않는다면 친자확률이나 범죄인 일치 확률은 0%로 간주한다.

이에 비하여 SNP는 주로 각 개인의 특질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커피를 대사하는 CYP1A2의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한 사람은 같은 양의 커피를 마시더라도 커피의 대사가 느려 카페인의 효과가 더욱 커진다. 이와 같이 건강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특정 SNP와 특정 질병과 관련성을 밝혀내는 것을 유전체의학이라고 하는데 이를 가지고 개인의 질병을 예측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맞춤치료를 하는 것이 정밀의료다. 최근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과학발전상황에서는 이런 SNP를 이용한 정밀의료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자주 보는 암, 심혈관질환, 치매, 골다공증과 같은 만성병은 유전적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같이 작용하게 되는데 주로 환경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유전적 요인이라고 하더라도 한 두 개의 유전자가 아니라 수개에서 수백 개의 유전자가 관여하기 때문에 단일 유전자의 영향력은 높지 않으며 거기에다가 환경적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유전적 소인에 의지하여 좌절하기 보다는 유전적 소인을 알고 이 질병에 걸리지 않게 금연, 금주, 규칙적인 운동과 같이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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