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펀드가 이해상충? 의학계의 이해상충은?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Shutterstock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의 펀드투자와 관련해서 수많은 기사에서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 COI)’이란 용어가 나오고 있다. 의학계에서도 이해상충은 종종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 COI) 또는 이해충돌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의 사적인 이해관계가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가 공공이나 타인의 이익과 서로 상충되는 상황”이다. 특히 과학기술분야에서 이해상충은 개인의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학문 또는 이와 관련된 의사결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말하며, 연구에서 부정행위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크다.

이해상충을 방치하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의사결정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다른 선진국에선 법률, 행동강령, 윤리지침 등 다양한 형태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관심이 증가되는 상황에서 조 장관 사태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이해상충은 크게 재정적 이해상충과 비재정적 이해상충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재정적 이해상충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적 이해상충은 전문직업적 목적보다는 개인의 금전적 목적을 우선하여 전문인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 전제, 윤리지침 및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다. 경제적 이익의 형태로는 봉급인상, 성과급, 지적재산권 수입, 추가 연구자금확보, 스톡옵션, 이익배당, 주가상승에 대한 시세차익 등 매우 다양하며 예상되는 이익에 따라 연구기획 및 결과해석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재정적 이해상충은 사기, 뇌물, 매수, 리베이트 등과 달리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미묘해서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의학계의 이해상충 또한 그러한데, 이해상충과 관련한 대표적인 국내외 연구부정사건으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 카바 수술 사건

모대학병원 흉부외과 S 교수는 1988년 국내최초로 뇌사자의 판막을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고 1992년 심장이식수술을, 1997년에는 보조인공심장 이식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그는 1997년 종합적 대동맥 판막 및 근부성형술(comprehensive aortic root and valve repair: CARVAR 카바 수술법)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S교수가 2000년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사이언시티를 설립했고 이 회사에서 만든 카바링을 사용해 수술을 한 것이 밝혀졌다. 당시 S 교수 부부는 이 회사지분을 약 17%(초기에는 40%)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의학한림원에서는 의학연구 또는 의료관계 정책연구 등에서 논문저자 또는 정책관련 위원회 위원이 의료기기와 관련된 회사의 주식보유를 하는 경우 관련된 연구에 참여하지 않아야 하는데 S교수는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관련연구에 참여한다면 이는 이해관계충돌이라는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 로페콕시브 사건

미국에서 진행된 소염진통제인 로페콕시브(rofecoxib, VioxxTM)의 임상연구에서 로페콕시브를 복용한 환자 가운데 3명에게서 심근경색이 발생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 심근경색 발생이 연구결과에 포함되지 않도록 임상시험 종료날짜를 바꾸어 로페콕시브가 안전하다는 결론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이밖에 이 약과 관련하여 동맥혈전증과 같은 부작용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실험자료 역시 논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 논문이 문제가 되어 나중에 심근경색 사례를 포함해서 다시 분석했더니 로페콕시브가 심장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 드러나 결국 2004년 시장에서 철수됐다. 나중에 재판과정에서 이 약품의 특허권을 소유한 주식회사 머크는 로페콕시브의 안전성과 관련된 2개의 임상시험에서 로페콕시브가 심장질환 사망률을 높인다는 점을 축소하기 위해 자료분석에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임상시험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자문의는 머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하루에 5천 달러의 자문료를 받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해관계충돌의 영향

실제로 일부 이해관계충돌은 피할 수 없으며, 연구자에게서 이익이 발생한다고 모두 비윤리적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때 적절한 방식으로 해결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여러 면에서 의학의 객관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한 연구결과가 있다. 심혈관질환 치료를 위해 사용한 칼슘길항제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연구들을 기업의 후원 여부를 갖고 살펴보니, 기업 후원을 받은 연구에서 약제사용을 권고하는 경우가 유의하게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Stelfox HT, et al. Conflict of interest in the debate over calcium-channel antagonists. N Engl J Med 1998;338:101-106).

또다른 연구자들이 실제로 재정적 이해관계가 논문 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총 37편의 논문을 살펴봤더니 기업자금 지원과 긍정적 연구결과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Bekelman JE, et al. Scope and impact of financial conflicts of interest in biomedical research: a systematic review. JAMA 2003;289:454-465).

이렇게 재정적 이해상충의 경우 여러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여러 규제를 가하고 있다. 독일, 일본 등에선 공공병원이나 공공교육기관에 속한 의사는 공무원신분으로 인정되며 그들에게 금품을 주거나 받는 것을 엄중히 다룬다. 미국에선 뇌물죄가 중죄이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미국의사협회는 의사윤리강령에 100불 이하의 선물이나 식사만을 허용하고 있다. 캐나다의사협회도 모든 금품이나 선물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환자에게 처방이나 치료 의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종류의 선물이나 초대에 응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의학계 유명학술지인 ‘뉴 잉글랜드 저널 어브 메디신(NEJM)’의 첫 여성 편집장이었던 마르시아 엔젤(Marcia Angell)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제약회사와 대학 및 연구진의 유착관계를 다룬 책을 논평하면서 “대학과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처벌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이해상충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공혜정 외, 가습기 살균제 연구의 배후에 있는 재정적 이해상충에 대한 비판적 검토, 2016;9:1-43).

재정적 이해상충에 대해 강하게 인식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선진국에서도 연구부정과 연구의 상업화로 인한 이해상충은 끊임없이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우리도 공직자뿐만 아니라 의학자를 포함한 과학자들의 이해상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이번 조국 장관 사태는 과학계에도 공정성을 위한 성찰과 변화의 기회를 다시 한 번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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