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L 콜레스테롤 관리로 시작하는 노년기 치매 예방

[사진=gettyimagesbank/SIphotography]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는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고민이 깊어진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어머니의 증세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뵐 때마다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실감 중이다. 물건을 빠뜨리거나 약속을 깜빡하는 등 평소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린 건망증이 치매로 발전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18년 14%를 기록하며 불과 17년 만에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미국 73년, 일본 24년 등 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그 진행 속도가 압도적이다. 고령 인구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표적인 노인성 뇌 질환인 치매 환자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인식되는 치매는 아직까지 완치가 불가능해 치료보다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치매가 발병하기 전 미리 그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 치매 조기 진단 바이오마커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콜레스테롤’이다. 흔히 혈관 건강의 지표로 여겨지던 콜레스테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치매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올 초 일본 공중보건센터 연구팀은 중년기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노년기 인지장애 및 치매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년기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70mg/dL 이상인 사람들의 경우 그 수치가 50mg/dL 미만인 사람에 비해 노년기 경도인지장애 발병 위험도가 50%가량 낮았고 치매 발병 위험 또한 유의미하게 낮았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의 전 단계로,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매년 10% 정도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된다.

특히, 이번 연구는 그간 강조되어 온 LDL 콜레스테롤 감소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혀 주목을 받았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소개됐다.

국내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불량 단백질이 뇌에 필요 이상으로 쌓여 대뇌 신경세포를 죽이면서 발병한다. 치매의 주범인 베타 아밀로이드 역시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고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콜레스테롤은 필요 이상으로 양이 많아지면 혈관벽에 쌓여 염증을 유발하고 혈액 순환을 막는다. 반면,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은 치매 위험인자인 베타 아밀로이드의 분해를 촉진해 알츠하이머병은 물론 혈관 벽에 쌓인 잉여 콜레스테롤을 수거 및 배출시켜 혈관성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즉 뇌 건강도 챙겨주는 ‘똑똑한 콜레스테롤’인 셈이다.

요즘 같은 백세시대에 40~50대 중년에게 치매란 아직까지 먼 일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은 보통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쌓이기 시작한 지 10~15년이 지나야 증상으로 나타난다. 즉, 60대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면 그 사람은 이미 40대 중반부터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이기 시작했던 것.

따라서 일본의 연구에서처럼 경도인지장애의 발병 위험이 절반가량 낮아지는 70mg/dL 이상으로 중년기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미리 관리해둔다면 노년에 치매 발병 위험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 질병은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젊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왕성민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 균형이 무너지면 당뇨병, 고혈압 위험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치매 위험인자도 높아진다”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잘 관리하면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희진 기자 miro22@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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