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산부인과 의사를 하나?” 의사 구속에 의료계 반발

[사진=Blue Planet Studio/shutterstock]

산부인과 의사에게 금고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사건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경상북도의사회,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등 의사단체들의 반박 성명이 줄을 잇고 있다.

의사 구속은 과도한 양형이며 가뜩이나 전문의 구인난에 시달리는 산부인과 전체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지난 6월 27일 형사 2심 판결에서 안동의 개인 산부인과 의원에서 사산아의 유도 분만을 시행하던 중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 출혈로 산모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의료진의 부주의로 산모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A산부인과 의사에게 금고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분만을 도운 간호사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간호사가 활력 징후를 측정하지 않은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과실 치사 부분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활력 징후(Vital Signs)는 환자의 체온, 호흡, 맥박, 혈압 등을 측정해 건강 상태의 변화를 살피는 것을 말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8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2심 재판부의 판결은 활력 징후 측정을 한번 누락한 것이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논리에서 비롯되었다”면서 “당시 산모는 출혈이 자궁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고 자궁 내 잠재 공간에 누적되는 ‘은폐형’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해 태박조기박리에서 흔히 발견되는 압통이나 동통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태아가 자궁내에서 사망한 경우에는 경험이 많은 산부인과 의사라도 태반조기박리를 쉽게 의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했다.

이들 학회는 “재판부의 논리대로 활력 징후 측정으로 태반조기박리를 미리 진단할 수 있었다고 해도 간호사의 활력 징후 측정 누락을 이유로 지시-감독 위치에 있는 의사를 금고형 선고 후 법정 구속한 것은 과도한 양형”이라며 “활력 징후 누락이 없이 태반조기박리를 미리 진단하였다 해도 태반조기박리의 주산기 사망률은 3~12%에 이르기 때문에 활력 징후 측정 누락이 금고형에 이르는 중대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경상북도의사회는 지난 5일 “지방에서 1인 분만실을 운영하며 고군분투 해온 의사에게 고의나 실수가 아닌 불가항력적인 일에 대처가 미흡했다고 형사적 책임을 물어 구속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는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경북의사회는 “의사는 신이 아니다. 어떻게 진단이 매우 어려운 사례의 조기 발견 및 대처 미숙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물어 법정 구속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분만하는 모든 산부인과 의사가 예외 없이 상시로 겪을 수 있는 일인데, 만약 대법원에서 동일하게 형이 확정된다면 대한민국의 분만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산부인과 병원이 지역에서 사라지고 있고, 매년 전공의 모집 때 산부인과는 ‘기피 과’가 된지 오래다. 저출산도 문제이지만 의료사고 위험, 24시간 대기 등 힘든 업무 환경이 산부인과 미달 현상의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각 지역마다 산부인과 의료진 확보가 초미의 과제다.

이번 안동 산부인과 사례는 가뜩이나 전문의 부족에 시달리는 산부인과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의사회는 “대부분의 분만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을 포기하는 일이 현실화 하지 않도록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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