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디 건강상담] 몸짱 되려다가 고환이 땅콩만 해져…

(사진= 코메디 건강상담)

코메디 건강상담 5화

 

출연: 민권식 부산 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윤수은 칼럼니스트

 

사연: 25세 남성입니다. 저에게는 큰 콤플렉스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늘지 않는 체중입니다. 남들은 못 빼서 걱정이라는데 저는 안 쪄서 고민입니다. 키는 178cm인데 체중은 55kg. 전형적인 ‘멸치’ 체형입니다. 운동도 해보고 보충제도 많이 먹어봤는데, 살이나 근육으로 가질 않네요. 집 근처 새로 생긴 헬스클럽에서 3개월 만에 몸짱 만들어준다는 광고를 하는데 솔깃하네요. 친구는 100% 스테로이드 약물을 쓰는 걸 거라고, 후유증이 심할 거라고 만류하는데요. 스테로이드를 맞으면 정말로 불알이 호두처럼 쪼그라들고, 발기가 안 되나요? 3개월만 바짝 맞는 것도 그런 후유증이 있을까요? 저는 25년간 살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감수할 준비가 돼있습니다.

 

□ 윤 작가: 감수할 준비가 돼있다고 하시는데…

 

■ 민 교수: 고환이 호두알만 한 크기면 원래 자기 꺼보다 클 것 같은데? 호두알이 아니고요. 땅콩 크기로 작아져요. 원래 정상 크기가 15cc 정도예요. 이게 (새끼손가락 한 마디) 요만해져요. 사람들은 ‘어? 그렇게 안되는데?’라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고환이 있고 그 옆에 부고환이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 전체를 고환의 크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이걸 구분해서 고환의 크기를 재려고 하죠. 부고환은 (크기에) 관계가 없어요. 한번 만들어지면 그 크기를 유지합니다. 이게 (부고환까지) 이만큼 커가지고 있다가 고환이 쪼그라들어도 이 전체를 다 따지면 그런대로 좀 (크기가) 살아남아있는 것 같거든요. 천만의 말씀. 고환만을 따지면 땅콩 크기예요. 고환이 땅콩 크기면 전체 크기는 한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는 될 겁니다. 이거 가지고는 (생식이 제대로) 안되죠.

 

□ 윤 작가: 정말로 발기가 안 되나요?

 

■ 민 교수: 예.

 

□ 윤 작가: 그러면 (스테로이드를) 하면 안 되잖아요.

 

■ 민 교수: 그렇죠. 그런데 이제 많은 분들이 그렇잖아요. 특히 운동선수들이 도핑테스트를 하고 들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물에 대한 유혹을 못 떨치거든요. 그럴 정도니까. 약물을 하는 사람들은 부작용이 있는 줄 압니다. 특히 요즘 사람들은 너무 잘 알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물을) 하죠. 그런데 이 분은 쓰고자 하는 스테로이드라는 게 제가 방금 말씀드린 운동선수들이 하는 스테로이드랑은 다릅니다. 제가 앞서 운동선수들이 먹는다는 것은 남성호르몬(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이고요. 남성호르몬도 스테로이드의 계열이기 때문에 그냥 부르기를 스테로이드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스테로이드는 부신피질 호르몬, 코티코 스테로이드(Cortico Steroid)라고 합니다. 코티코 스테로이드는 아마도 현재 의학 체계하에서는 만병통치약에 속합니다. 아프면 아픈 대로, 환자가 죽을 정도면 죽을 정도인 대로, 어떤 상황에도 이 약을 투여하면 환자가 반짝 살아납니다. 좋아집니다. 모든 상황이. 그다음에 곧장 더 나빠집니다. 그런 점 때문에 환자가 도저히 약이 안 듣고 사망할 것 같으면 스테로이드를 대량 줍니다. 그러면 환자가 반짝 돌아와요. 그때 항생제나 다른 걸 써서 (상태를) 좋게 만들려고 하긴 하는데 잘 안되기도 하고, 돌아오는 사람도 있고 그렇죠.

 

■ 민 교수: 이 분 입장에서는 당장 체중 늘리는 것. 글쎄요. 멸치가 아무리 커져도 명태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조금이라도 더 커지기를 원하는 정도라면 일시적으로 가능은 해요. 그 목적은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뒤에 치러야 하는 대가는 글쎄요. 이분이 감수할 준비가 돼있다고요? 아니요. 저는 못할 것 같은데요.

 

□ 윤 작가: 아니 일단 발기 문제를 떠나서 스테로이드 약물 부작용을 면면히 보면 불임에 성기능장애, 탈모, 여성형 유방 등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걸 다 감수하고 3개월 바짝 몸을 근육맨으로 만들기 위해서…

 

■ 민 교수: 아뇨, 이 분은 근육맨 같지도 않아요. 그냥 몸무게만 좀 찌우고 부피가 좀 있어 보이는 정도만 해도 만족하실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약재들이 왜 이런고 하면 남성호르몬(아나볼릭 스테로이드)도 그렇고 코티코 스테로이드도 그렇고 먹게 되면, 원래는 내 몸에서 (호르몬을) 만들어내야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만들어 내려하니 내 몸 안에 어느 정도 있지? 하고 (머리가) 늘 측정을 합니다. 측정을 하는데 어? (호르몬이) 충분히 있어요. 그러면 만들 이유가 없죠. 내 머리에서 ‘어? 호르몬 안 만들어도 된다’ 하고 (생산 기능을) 누릅니다. (호르몬을) 못 만들게 만들어요. 못 만들게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외부에서) 잘 들어오거든요. 심지어 더 많이 들어오거든요. 더 (호르몬 생산을 ) 억제를 합니다. 남성호르몬을 억제를 하면 고환이 쪼그라들어요. 부신피질 호르몬을 억제를 하면 다른 것들도 쪼그라드는데, 이것들이 영향을 주는 게 남성호르몬 못 만드는 것, 고환 문제에 의해서 불임, 정자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것, 이런 것들이 관계되죠. 더불어 살이 지나치게 쪄서 혈압이 오른다든지 이런 문제.

 

■ 민 교수: 문제는 회복의 정도입니다. 3개월 바짝 (약물)하고 끝나면 괜찮지 않겠느냐고 하는데요. 바짝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용량을) 세게 약을 쓰겠죠. 더 심해집니다. 심한 상태에서 강한 약을 오래 쓰거나 아니면 정말 장기간을 쓰고 나면 회복에 대해서는 (원래대로 회복된다는) 보장이 안됩니다. 불임이 회복이 된다든지, 남성호르몬 만드는 능력이 회복이 된다는 게 보장이 그리 썩 쉽지 않아요. 다만 이제 고환은 쪼그라들었다고 해서 다시 안 커지냐, 그렇진 않고 약물의 작용에 의해서 다시 키우는 방법이 있기는 해요. 있긴 하지만 그 과정이 정말 고통스럽죠.

 

□ 윤 작가: 그런데 발기부전이 가장 심각한 거잖아요 사실

 

■ 민 교수: 그렇습니다. 그래서 치료하는 방법은 남성호르몬을 외부에서 넣어주다가, 이때 내 몸은 (남성호르몬을) 전혀 안 만들죠. 그러니 고환이 (남성호르몬을) 만들 이유가 없으니까 땅콩 크기로 작아진 거예요. 그런데 ‘자 이제 나 몸 다 키웠으니까 (약물) 그만 하겠다’. 소위 ‘대회 다 끝나고 딸 거 다 땄다’해서 약을 그만두면 내 몸에 (남성호르몬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그러면 머리는 놀래서 빨리 만들라고 명령을 내리지만, 이미 남성호르몬을 만드는 공장이 이미 다 철수했어요. 만들 능력이 안돼요. 그러면 내 몸이 (남성호르몬을) 만들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가는 과정이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때는 소위 말하는 ‘남성 갱년기’ 하고 (증상이) 똑같아요. 70대, 80대에 겪어야 될 남성 갱년기를 20대가 겪어야 되는 거죠. 그래서 할 수 없이 남성호르몬을 넣어줍니다. 다시. 대신 조금 적게.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개선되면 좀 더 적게 적게, 조금씩 조금씩… 이런 걸(용량을) 줄여주면서 하는 처방을 ‘테이퍼링’을 한다고 그러죠. 코티코 스테로이드 제재도 마찬가지예요. 스테로이드를 써야 되는 질병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문제가 돼서 스테로이드를 썼을 때는, 특히 장기간 썼을 때는 조금씩 조금씩 줄여가면서 끊어야지. 어느 순간 탁 끊으면 (후유증이) 상당히 심각해요. 그 와중에 일어나는 건 여전히 남성호르몬 양을 적게 주거나, 스테로이드 양을 적게 주기 때문에 발기력이 금방 돌아오지 않고, 여러 가지 힘들다든지, 그런 걸 겪고 나면 남자가 자신감이 하나도 없어져요. 나중에 조금이라도 발기가 잘 안되잖아요. ‘어? 이거 재발하는 건가? 문제 되는 건가?’ 그런데 사실 젊은이들도 내가 발기가 돼서 자위행위하려 하다가, 예를 들면 엄마가 부른다 어쩐다 하면 옷 입고 나면 금방 발기 가라앉잖아요. 무슨 소리냐, 긴장감을 주면 발기가 가라앉는 거예요. 얼마든지 자연스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그런 일을 한 번 당하죠? 바로 (병원에) 쫓아옵니다. 지난번에 발기됐었는데 금방 가라앉더라고. 얘기 들어보면 정상이에요. ‘걱정하지 마라. 괜찮다’ 하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거죠.

 

□ 윤 작가: 대가가 너무 크고요. 일단.

 

■ 민 교수: (이 분은) 감수할 준비 못 되어있으실 겁니다. 그 감수 내용도 잘 모르시잖아요. 감수할 준비 안 되어 있습니다.

 

    최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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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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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 2019-12-23 12:11:46 삭제

      의사 분께서 남자 분이라 그런지 증상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으시고 예도 잘 들어주셔서 이해가 아주 잘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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