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의사들, 지구촌 간질환 교육 길잡이 된다”

한광협 연세대 교수, 1일 국제간학회 회장 취임

[1일 국제간학회 회장에 취임한 한광협 교수]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간질환을 연구하는 의사들이 국제학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남미, 동유럽 국가는 물론, 아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는 간염 발병률이 서구보다 높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도가 낮고,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이를 바로 잡고 한 단계씩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65·사진)는 1일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국제간학회(IASL·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the Liver) 회장에 취임하면서 의사 교육을 통해 간질환 피해를 줄이고 IASL의 위상도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제간학회 60여 년 역사에서 아시아 출신 회장은 한광협 교수를 포함해 4명에 불과하다. 한 회장이 주로 서구 의학자들이 이끌던 IASL의 수장(首長)에 오른 것은 이 학회 임원들이 지구촌 전역의 간질환 연구, 교육, 예방을 위한 한 회장의 적극적 실행력을 기대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간학회는 1958년 설립된 국제학술단체로 간 관련 학회 중 역사가 가장 길다. 간 질환 분야의 교과서 집필로 명망이 높은, 영국 에딘버그 대학교 셰일라 셜록 교수가 초대회장을 맡아 간담도 질환의 예방 및 치료, 연구 토대를 마련하는데 노력해왔다.

하지만 미국간학회와 유럽간학회, 아시아태평양간학회 등 신생학회들이 연구 성과를 발판으로 활동의 폭을 넓히면서 오랜 전통의 국제간학회 영향력이 줄어드는 현상이 초래됐다.

지난해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제간학회 학술대회가 갑자기 취소되기도 했다. 당시 초대 연자로 참석할 예정이던 한광협 교수는 “조직위원장 겸 회장이었던 사무엘 리 캐나다 캘거리대학교 교수와 의견을 나누면서 학회의 문제점을 알게 됐다”면서 “전통의 학회를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여러 발전 방안을 제시했고, 세계 각국 의사들의 추천으로 조직위 멤버로 합류해 회장까지 맡게 됐다”고 말했다.

“IASL의 위상을 되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간 분야의 최고(最古) 학회가 오랜 침체기를 겪다보니 존재감이 약해졌습니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대륙별 조직위를 대폭 확대하고 핵심멤버들을 크게 늘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最高)의 간 관련 학회로 발전시키겠습니다.”

한광협 회장은 “국제학회 참여 기회가 적은 국가의 의사, 연구자들을 지원해 간 질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치료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돕겠다”면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 교육 및 대중 홍보”라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수십 년간 국제 학술활동을 통해 축적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교육과 홍보를 전개할 계획이다.

내년 정년퇴임 예정인 한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일을 줄이는 시기에 국제간학회의 수장을 맡은 데 대해 “퇴임 후 개발도상국의 의사들을 지원하는 일에 종사하고 싶다던 평소 희망이 국제간학회 재건과 맞물려 소명처럼 여겨져 기꺼이 중책을 맡았다”고 말했다.

[오는 8월 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APPLE)의 회장에 취임하는 부인 성진실 교수(오른쪽)]
한 교수는 지금도 왕성한 연구 활동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같은 학교 방사선종양학과 성진실 교수(60)와 공동으로 함께 세계최초로 개발한  ‘항암제 방사선 복합치료(CCRT)’치료법은 개선을 거듭하며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유럽방사선종양학회 학술지에 “CCRT를 받은 환자는 17%가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암이 줄어들고, 절반가량은 완치된다”는 임상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성진실 교수는 한광협 회장의 부인으로 오는 8월 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APPLE)의 회장에 취임한다.

APPLE은 간암진료에 참여하는 여러 분야의 임상의사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 학회다. 부부가 간질환 분야 국제학회의 수장에 오른 것이다. 특히 APPLE은 한광협 교수가 설립을 주도했고, 성 교수는 4년 동안 총무를 맡아서 조직을 체계화하는 핵심역할을 했다.

한광협 회장이 그동안 쌓아올린 연구 성과는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낸 게 많다. 그는 “모든 일이 협력해서 선(善)을 이룬다”는 성경 구절(로마서 8:28)을 늘 되새기고 있다.

한 회장은 국제간학회가 중국간학회와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데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대한간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한 회장은 오는 10월 국제간학회-대한간학회 공동으로 만성C형간염 관련 국제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아시아 의사들의 교육을 위해 11월에는 국제소화기학회와 조인트 세션을 개최할 예정이다.

“예전에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도와줘 의학 발전이 거듭됐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대한간학회 이사장 재직 시에도 몽골의 의사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국제간학회 회장으로서 대한민국의 우수한 의사들과 함께 국제학회 참여 기회가 적은 국가의 의사들을 돕는데 노력하겠습니다.”

한광협 회장은 국제간학회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만성 B형간염 등 간염 퇴치사업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특히 간 연구를 하는 아시아 지역 의사들은 “한광협 회장이 그동안 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 설립 등 국제 학회에서 뛰어난 추진력을 보여왔기 때문에 국제간학회 위상 회복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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