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 보는 사람은 색깔을 어떻게 인지할까? (연구)

[사진=Sasin Paraksa/shutterstock]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들은 색깔을 쉽게 구분한다. 그렇다면 선천적으로 앞을 못 보는 사람들은 색을 어떤 방식으로 인지할까?

‘빨간색’과 ‘정의로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자. 시각장애인이 아니라면 추상적인 개념인 정의로움과 달리, 감각적 경험에 의해 알 수 있는 빨간색은 비교적 손쉽게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 있다.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은 눈에 있는 추상세포로부터 오는 신호들과 연계된 감각 경험을 통해 색을 인지하고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의로움은 감각적 경험으로 인지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언어에 의존해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또 다른 추상적 개념인 ‘공정함’이나 ‘책임감’과 같은 단어들을 이용해 정의로움의 뜻을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은 빨간색과 정의로움을 각각 어떻게 인지할까?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이 선천적 맹인인 실험참가자 12명과 정상 시력을 가진 대조군 14명을 대상으로 뇌 영상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정상 시력군은 빨간색과 정의로움의 개념을 생각하는 뇌 영역이 서로 다른 반면, 시각장애인군은 두 가지를 모두 추상적인 개념을 처리하는 뇌 영역에서 다룬다는 점이 관찰됐다.

일상에서 시각장애인과 대화를 나눌 때 그들이 빨간색의 개념을 잘 정의한다 해도 실질적으로 이를 인식하는 방법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감각 체험에 의해 얻은 개념이 아니라, 읽거나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묘사라는 설명이다.

시각장애인들도 색깔이 사물 혹은 환경을 구성하는 속성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이 후각이나 청각 등의 감각을 감지할 수 있는 것처럼 시각 역시 감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사실 역시 알고 있다. 오렌지색은 녹색이나 파란색보다 노란색 혹은 빨간색과 가깝다는 사실들까지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시각을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상 시력을 가진 사람들과는 달리,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를 이해한다. 연구팀은 fMRI를 이용해 실험참가자들이 단어를 들을 때 뇌에서 벌어지는 활동을 관찰했다. 실험참가자들이 들은 단어는 ‘컵’처럼 시력이 안 좋아도 다른 감각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것, ‘빨간색’이나 ‘무지개’처럼 시각적 의존도가 높은 것, ‘자유’나 ‘정의’처럼 추상적 개념들로 구성됐다.

실험 결과, 두 그룹 모두 시각 이외의 감각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단어들을 들었을 때는 전방 측두엽 중앙이 활성화됐고, 추상적인 단어를 들었을 땐 전방 측두엽 배측면이 활성화됐다.

반면 시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단어들을 처리하는 뇌 영역은 서로 달랐다. 정상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단어들을 전방 측두엽 중앙에서 처리했고, 시각장애인군은 전방 측두엽 배측면에서 처리했다.

즉 앞을 못 보는 사람들이 색을 인지하는 방식은 추상적인 단어들을 처리하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감각으로 감지할 수 없는 단어를 언어로 의미 획득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내용(Neural representation of visual concepts in people born blind)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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